[우리말 바루기] ‘익숙지’냐, ‘익숙치’냐

입력 2023. 3. 23. 00:04 수정 2023. 3. 2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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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표기가 바른 것은?

㉠ 익숙치 ㉡ 섭섭치 ㉢ 깨끗지

문제에서처럼 ‘-하지’가 줄어들 때 ‘치’가 되는지, ‘지’가 되는지는 다들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간결한 맛이 있기 때문에 세 글자로 적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치’가 되는지, ‘지’가 되는지는 ‘-하지’ 앞이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에 달려 있다.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가 유성음이고 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가 무성음이다.

‘-하지’ 앞이 유성음(모음이나 ㄴ, ㄹ, ㅁ, ㅇ)일 때는 ‘ㅏ’만 떨어져 ‘ㅎ+지=치’가 된다. ‘흔치, 간단치, 만만치, 적절치, 가당치, 온당치’ 등이 이런 예다.

‘-하지’ 앞이 무성음(ㄱ, ㅂ, ㅅ)일 때는 ‘하’ 전체가 떨어지고 ‘지’만 남는다. ‘넉넉지, 거북지, 탐탁지, 답답지, 깨끗지, 떳떳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익숙치’ ㉡‘섭섭치’는 각각 ‘익숙지’ ‘섭섭지’가 맞는 말이다. ㉢‘깨끗지’는 바른 표기로 정답이다.

이러한 현상은 ‘-하다’ ‘-하게’ ‘-하도록’ ‘-하건대’가 줄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다정하다→다정타’ ‘흔하다→흔타’ ‘간편하게→간편케’ ‘이바지하도록→이바지토록’ ‘생각하건대→생각건대’ ‘참석하기로→참석기로’ 등으로 적어야 한다.

유성음 뒤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센소리가 나므로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무성음인 ‘ㄱ, ㅂ, ㅅ’ 뒤에선 거센소리가 아닌 ‘지’ ‘게’ ‘다’ ‘기’ 등으로 적는다고 기억하면 쉽다.

그래도 어렵거나 헷갈리면 줄이지 말고 아예 ‘익숙하지’ ‘섭섭하지’ ‘깨끗하지’ 등으로 적으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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