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범벅이라는 밀키트, 영양성분 안 적혀있네요?
◇한 끼 대체품 밀키트, 절반 이상이 영양 성분 깜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밀키트 제품은 절반도 안 된다. 공주대 식품영양학과 최미경 교수 연구팀이 국내 시판 밀키트 제품 228개를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조사했더니, 영양성분을 표시한 제품이 고작 45.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소와 녹색소비자연대에서 공동 발표한 밀키트 제품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100개 제품 중 영양성분 표시한 밀키트 제품은 21개뿐이었다.
영양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준치 이상 영양성분을 포함한 제품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연구에서 밀키트 제품 중 평균 나트륨 함량이 1봉지 기준 국류 1558.5mg, 탕류 1472.3mg, 찌개류 2118mg 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은 2000mg인 걸 고려하면 하루 세끼로 섭취해야 할 나트륨양을 밀키트 한 제품으로 거의 다 섭취할 수 있을 정도다. 찌개류는 심지어 초과한다.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도 총 4개군 제품(감바스 알아히요 22개, 부대찌개 33개, 불고기 전골 23개, 짬뽕 22개)을 대상으로 성분 분석한 결과, 조사 제품 100개 중 51개가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치인 2000mg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대찌개(2761.8mg)와 짬뽕(2609.9mg)의 나트륨 함량이 높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지방 하루 섭취 권장량(54g)을 넘은 제품도 있었다. 감바스알아히요 제품군의 총지방률은 평균 35.9g이었고, 조사한 22개 제품 중 3개 제품에서 1일 기준치를 넘겼다. 나트륨·지방 등 영양성분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 55개 중 42개 제품은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키트가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제품에서 빠진 핵심 이유는 원재료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프레시지 식품안전그룹 임상훈 그룹장은 "밀키트엔 고추, 파 등 자연 산물이 포함되곤 하는데, 농·축·수산물은 사육 환경, 재배 지역, 계절 등에 따라 편차가 커 영양성분을 표준화해 표시하기 매우 어렵다"며 "의무화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오차범위를 넓게 두는 등 가이드를 제시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고 했다. CJ제일제당 밀키트 팀 심선희 팀장도 "영양성분 표시가 의무화된 제품은 영양성분 수거 검사를 했을 때 법적 표시 허용 기준을 이탈하면 기업이 큰 책임을 지게 된다"며 "자연산물을 사용하는 밀키트 제품이 법적 기준을 이탈하지 않으려면 매우 짧은 주기로 영양성분을 계속 분석하고 변경해야 해, 빠르게 신제품을 내야 하는 밀키트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 분석이 아닌 식약처에서 공개하고 있는 식재료 영양성분으로 계산해 표기하는 걸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에선 의무화 전 유예기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임상훈 그룹장은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가 되면 지금까지 나온 제품의 포장재를 전부 변경해야 한다"며 "의무화가 된다면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나트륨·지방 등 순차적 확대, 해결 방안 될 듯"
토론회에선 순차적으로 영양성분을 확대하자는 해결책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 안전감시국 홍준배 국장은 "소비자에게 건강에 대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게 결국 핵심"이라며 "보통 원물이 아닌 소스에 많이 포함되는 나트륨만이라도 먼저 공개한 후 다른 영양성분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을 제외한 소스류 등 가공식품만 영양성분 의무화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밀키트는 소비자가 한 끼 식사로 구입·섭취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가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표시가 꼭 필요한 제품 품목을 정해서라도 영양표시 의무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추, 고추 등 자연산물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나트륨, 콜레스테롤, 지방 등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거의 없으므로 문제가 될 당, 지방 등 특정 영양소를 타겟해 제품별로 적용 공개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오재준 과장은 "현재의 영양성분 표시제도를 밀키트에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자연산물의 영양성분이 변화되는 범위 등을 포함해서 밀키트만 따로 기준을 세울지, 소스만이라도 표시할 수 있게 할지 등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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