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반미 공조’ 과시했지만 실속은 중국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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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에 실제 행동으로 호응해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러는 북핵을 비롯해 대만 통일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공개 지지하며 미국과의 대립 노선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평화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환영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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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푸틴, 먼저 나와 맞이하고 자동차까지 직접 배웅
우크라 평화 중재안은 진척 없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에 실제 행동으로 호응해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러는 북핵을 비롯해 대만 통일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공개 지지하며 미국과의 대립 노선을 분명히 했다.
다만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이 가장 원했을 전쟁 지원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러시아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부각돼 실속은 중국이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을 극진히 예우하면서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러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신시대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며 북한 도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감싸기로 북한 도발 행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도 한층 뚜렷해졌다.
중·러는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흔들림 없는 공조를 과시했다. 공동성명에는 ‘러시아는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인정하고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양측은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하며 유엔 안보리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총 9개항으로 된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는 두 번째로 언급됐고 우크라이나 문제는 마지막에 담겼다. 양측은 “러시아는 번영하고 안정된 중국이 필요하고 중국은 강대하고 성공한 러시아가 필요하다”며 중국식 현대화 달성, 러시아의 2030년 국가 발전 목표 실현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는 평화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환영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은 연극에 가까워 보였고 그나마도 러시아보다 중국에 더 이득이 되는 연극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러는 양국 관계가 냉전 시대의 군사 정치 동맹이 아니고 대결적 성격을 띠지 않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 세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1200만 달러(156억원) 이상의 드론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러는 이날 전면적인 에너지 협력 파트너십 구축, 무역 규모 확대, 금융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2030년 중·러 경제협력 중점방향 발전계획에 관한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에 머문 2박 3일 동안 초특급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가장 큰 성 게오르기 홀에서 개최된 공식 환영식 때 황금문을 지나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했다. 각종 회담에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먼저 나와 시 주석을 맞았다. 외신은 ‘황실의 웅장함으로 가득 찬 의전’이라고 표현했다.
국빈 만찬은 과거 차르(황제)의 연회장으로 쓰였던 크렘린궁 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시 주석의 건강과 양국 관계 발전을 기원하며 중국어로 건배를 뜻하는 ‘간베이’를 외쳤다. 약 6시간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고 푸틴 대통령은 숙소로 돌아가는 시 주석을 자동차까지 직접 배웅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해외 정상들이 주로 붉은광장 주변 고급 호텔에 묵는 것과 달리 시 주석은 북부 외곽의 중국인 소유 호텔에 묵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이동할 때마다 주요 도로가 통제돼 시내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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