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발언' 논란의 진실…日 오역, 尹정부 오판, 野 왜곡했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선 후폭풍이 끊이질 않는다.
조용히 결과를 반기는 일본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논란이 되는 이슈 중 핵심은 정상회담에서 독도,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가 과연 논의됐는지다. 당시 상황을 추적해 본다
◇오역, 오판, 왜곡 = 일본 NHK 등 일부 언론은 정상회담 직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백지화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시마네(島根) 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의 근거가 된 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부장관의 '브리핑'이다.
정확한 상황 전달을 위해 당시 질의응답을 그대로 직역으로 옮긴다. 참고로 당시 브리핑장에는 본지 기자도 있었다.
"위안부나 다케시마, 레이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NHK 기자)
"일한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가운데 (기시다)총리로부터는 일한 간의 제 현안에 대해서도 분명히 대처해나가고자 한다는 '취지'를 이야기했다. 그 제 현안 중에는 '다케시마'의 문제도 포함된다. 더불어 위안부의 문제도, (기시다) 총리로부터는 일한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 레이더(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문제)는 우리나라의 입장에 근거해 총리가 발언했다"(기하라 부장관)
"수산물 수입규제 문제는"(기자)
"그거에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로부터 우리 입장에서 언급이 있었다"(기하라 부장관)
"어떤 언급인가"(기자)
"과학적 근거에 따라 꼭 이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발언했다"(기하라 부장관)
먼저 독도.
독도에 대해선 기하라 부장관은 '앞으로 대처해나가고자 하는 제 현안'의 하나에 포함된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기자가 다케시마를 물어본 데 대한 본인의 해석에 가까웠다.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발언했다는 직접적 언급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사안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 "요구했다" ▶레이더 문제: "발언했다" ▶수산물 문제: "언급이 있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 언급했다고 한 NHK의 보도는 오역에 가깝다.
또 "그런 사실이 없다"→"의제로서 논의한 적이 없다"→"정상 간에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논의된 적 없다"고 갈팡질팡한 우리 정부는 상황을 오판했다.
20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근거도 없이 일단 내질러놓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슬그머니 빠지는 게 일 언론의 행태다. 전혀 근거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고 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요구했다"고 한 건 일 언론이 아니라 일 총리 관저의 핵심 관계자인 관방부장관이었다.
유감을 표시하고 따져야 할 대상은 일 언론이 아닌 일 정부란 얘기다.
또 야당은 사실을 왜곡했다.
설령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관련 발언을 했다 해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독도 언급까지 슬그머니 끼워 넣어 기정사실화하고 "대한민국 자주독립 부정"(이재명 민주당 대표)이라 주장한다.
아무리 정치적 공세라 해도 일 언론의 오역을 빌미로 한 '반일몰이'의 도는 지나쳐 보인다.
◇오카무라 덴신은 침략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게이오 대학 강연에서 일본 메이지 시대의 미술평론가 겸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1863~1913)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란 부분을 인용했다.
이후 한국 내에선 일부 진보 성향 교수를 중심으로 "그는 식민론자"라는 주장이 불거졌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오히려 덴신이 서양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아시아의 가치, 미학을 재발견한 인물이란 평이 대세다.
실제 그는 장녀 이름도 고려를 뜻하는 고마코(高麗子)라 지었다. 서양문명의 압도적 힘이 먹혀 아시아가 소멸할 지도 모르는 위기감 속에 사람들에게 '아시아'를 자각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여기에도 엿보인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첫 성경험 언제?" 물어보니, 남성 66%가 '20세-24세'…여성은? | 중앙일보
- "이재명도 만나면서…이상하다" 김기현이 2주째 안보는 남자 | 중앙일보
- “전술이 없다” 혹평 있지만…클린스만·한국축구 궁합은 | 중앙일보
- 백신 없다, 임산부 물리면 위험…코로나 끝나자 시작된 감염병 | 중앙일보
- 고래연구소-나랑 딱 맞는 투자왕은 누구? | 중앙일보
- 탑과 대마초, 집유때 마약, 1년뒤 필로폰…이런 한서희 최후 | 중앙일보
- "마을 주민들, 지적장애인 집단 성폭행"…조사받던 60대 시신으로 발견 | 중앙일보
- 1.6만원 탓에 16만원 토한다…"연금 올리지 말라" 원성 왜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 중앙일보
- 열광하더니 "돈 떨어지니 왔냐"…올림픽 영웅에 돌변한 중국, 왜 | 중앙일보
- 책상에 두 발 올린채 "감사하다"…이 공무원 영상에 열광,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