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민과학자와 초속 55㎝

2023. 3. 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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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정보를 수집해 봄의 속도와 시기를 확인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인 'alook꽃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식물과 기후의 관계를 분석하는 생물기후학의 일환인데, 산림청과 서울대 등이 연구하지만 모든 지역을 다룰 순 없으므로 시민과학자들이 집단지성 데이터를 공유한다.

자원봉사나 취미를 넘어 활동 역량이 커진 시민과학자가 전문 연구를 돕고 또 확장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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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봄꽃 정보를 수집해 봄의 속도와 시기를 확인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인 ‘alook꽃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우선 집 근처인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마당에 핀 매화와 미선나무꽃을 기록에 올렸다. 식물과 기후의 관계를 분석하는 생물기후학의 일환인데, 산림청과 서울대 등이 연구하지만 모든 지역을 다룰 순 없으므로 시민과학자들이 집단지성 데이터를 공유한다. 작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벚꽃을 분석한 결과 3월 25일 제주에서 시작해 4월 4일 서울까지 만개함으로써 딱 열흘이 걸렸음을 확인했다. 480㎞로 환산하면 하루 48㎞씩이니 봄이 북상하는 속도는 느긋한 보행속도인 초속 55㎝였다. 내친김에 10년 전부터 운영된 우리나라 원조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플랫폼 ‘네이처링’ 앱도 깔아 공유했다.

‘시민과학’이 뜬다. 자원봉사나 취미를 넘어 활동 역량이 커진 시민과학자가 전문 연구를 돕고 또 확장시키는 것. 민간 역량과 디지털 과학이 공공성을 만나 맺은 결실인데, 다양한 분야 중 지역성이 강한 생물다양성 쪽에서 특히 활발하다. 서울시가 1999년 조성한 길동생태공원이 대표 격인데, 그간 ‘길동지기’라는 생태모니터링 자원봉사자를 지속적으로 양성·운영해 왔다. 이들이 24년간 만든 각종 보고서와 1000건이 넘는 교재는 물론 생태, 식물, 곤충 등 공식 발간된 출판물만 수십 종. 특히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정부희 박사는 길동생태공원 자원봉사를 계기로 곤충에 입문해 20종의 책을 저술했고, 길동지기 출신 4명의 석박사는 물론 다수가 시민과학자로 열혈 활동 중이다.

NGO 활동이나 개인적 관심과 노력을 통해 시민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사례도 늘어간다. 시민과학자는 대부분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기에 지역 문제에 밝으며 일방적 주장이 아닌 과학적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지역에 공헌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지역에 기반한 시민과학자들이 오고 있다. 초속 55㎝의 기민한 속도로.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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