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은 ‘신’은 펜 한 자루로도 신도들 통제한다

이현성 2023. 3. 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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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비키니 사진 받은 정명석
“감옥에서도 설교문 두세 편 보낸다”
“이단·사이비 교주의 옥중 간접 통제 방식 막아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왼쪽)씨와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예고편 캡처

교주가 감옥에 갔다. 그런데도 신도들 신앙은 철옹성 같다. 교주가 2인자를 세워서만은 아니다. 수의(囚依)를 입은 교주는 편지·전화 등의 방식으로 빈자리를 채웠다. 문제는 교주의 말이 단순 대화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씨와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범죄 혐의와 연관된 지시도 직간접적으로 부추겼다. 감옥에 온 이유는 잊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정씨의 수감 생활을 폭로한 바 있다. 여신도 성폭행 등 죄로 징역 10년을 복역 중이던 정씨가 여신도들의 사진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다. 성폭행 피해자 메이플은 이 영상에서 “(수감 중인 정씨를 위해) 비키니 입고 사진을 찍었다”며 당시 정씨에게 보냈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정명석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성범죄자가 감옥에서 여신도들의 사진을 주고받은 셈이다. 반JMS 활동가 김도형 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범죄자에게 비키니 사진을 다 통과시켜주는 건 미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민일보는 앞서 20일 2013년 수감 중이던 정씨가 여성 신도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편지에서 정씨는 ‘7월에 스타 결재 있다. 사랑해. 사진도 봤다’고 썼다.

감옥에서는 여신도 사진만 오갔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JMS 부총재 출신 김경천 목사는 “여신도 문제만이 아니다. 정씨는 옥중에서도 실권자였다”며 “정씨 허락 없이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정씨가 편지 뒤에 답변을 쓰고 사인을 해줘야 실권자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씨가 성도들을 폭행하고 있다. 은혜로교회 종교의식인 이 행위는 '타작마당'으로 불린다. 국민일보DB

옥중 편지로 신도들을 통제하는 교주는 정씨만이 아니다. 현재 복역 중인 은혜로교회 교주 신옥주씨는 편지로 비대면 설교를 하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은혜로교회 탈교자를 만나 신씨가 감옥에서 쓴 설교문을 입수했다.

설교문은 59~65쪽에 달했다. 편지 속에서 신씨는 성경 말씀 합독을 주문하는 한편 중간중간 신도들의 이름을 일일이 지목해 말씀 봉독을 시키기도 했다.

죄를 씻는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이 서로의 뺨을 때리는 ‘타작마당’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었다. 신씨는 설교문에 ‘결국 너희 패역을 고치시기 위해 타작마당을 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타작마당과 약속하신 땅에 이주하는 일이 실상으로 이루어지게 하셨다’고 썼다.

이윤재 은혜로교회피해자모임 대표는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한 달에 2~3회 교주가 쓴 편지를 가지고 예배를 드린다”며 “신도들도 주기적으로 교주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 교주는 감옥 안에서 신도들의 편지로 신앙 상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설교문엔 이런 문장도 있었다. ‘성경에 대한 지식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는 데이비드박(익명), 지혜A(익명) 너희는 아직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하는 자다. 너가 얼마나 교만한지 너희는 아직 모른다.’ 신씨가 신도들의 편지를 받고 쓴 내용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교주가 설교문에서 비난한 신도들은 타작마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도들을 위해 감옥살이를 하는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예수의 십자가 자리에 자신을 대입한 셈이다. 신씨는 ‘하나님께서 슬프게 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시는 나를 감옥에 가두시는 것을 허락하셔서라도 너를 고치시는 이 사랑이 안 보이고 안 들리느냐’고 썼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씨가 손을 뻗고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편지 없이 교주 역할을 수행하는 이도 있다. 여신도 9명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살다 최근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잠시 풀려난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씨다.

“무안 단물을 뿌리고 당회장 이재록 목사님의 자동응답서비스(ARS) 환자 기도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날부터 상처가 꾸덕꾸덕해지고 나아지더니 깨끗해졌지요. 할렐루야!” 지난 19일 자 만민중앙교회 만민뉴스에 실린 이 교회 신도의 간증이다. 신도는 물과 전화를 매개로 교주와 교통하고 있었다.

한편 ‘만민뉴스 사진 속 간증자가 들고 있는 무안 단물 스프레이를 사고 싶다’는 질문에 만민중앙교회 관계자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무안에 가서 직접 물을 뜨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무안군청에 따르면 2020년 수질 기준 부적합으로 폐공된 무안 단물은 2022년 10월 ‘조경용’으로 사용이 허가됐다. 스프레이 행방이 묘연할뿐더러 물 자체도 상처에 바르기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수감 중인 이단·사이비 종교 교주가 간접 통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편지나 물로 교주 역할을 이어가는 건 교세 축소를 지연시키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면서도 “이들은 징역형을 십자가에 빗댄다. 끝까지 견디는 자들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식이다.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헤어나기 더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단·사이비 교주의 간접 통제 방편은 개발·발전될 수 있다”며 “교정직 공무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의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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