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우크라 ‘깜짝 방문’… 젤렌스키 만난다

송태화 2023. 3. 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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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일정 극비리 부쳐 우크라 전격 방문
전쟁 장기전 양상 속 인도적 지원 의지 재확인
2차대전 후 일본 총리 전쟁지역 방문 전례 없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정상이 전쟁이 벌어지는 국가·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의 전격 방문은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의 흔들림 없는 지원 의지를 보여줘 법치주의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우크라 향했다… “G7 의장국 수장으로서의 결의”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전세기편으로 폴란드로 향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기시다 총리가 폴란드 프세미실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는 모습을 기자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예고되지 않은 깜짝 일정이다. 인도를 방문 중이던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방향을 틀어 전세기를 타고 폴란드로 향했다. 일본 총리실은 경호와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일정을 우크라이나 출발 당일까지 극비에 부쳐왔다. 산케이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상세한 방문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미사일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상공을 피해 육로를 통해 키이우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굳건한 연대와 인도적인 지원 의사를 직접 전달하고 러시아의 무력 침략을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강점을 살린 세세한 지원 방침을 설명할 전망이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드론과 방탄조끼, 발전기 등을 제공하거나 지뢰와 불발탄 제거 작업을 지원해왔다.

일본은 오는 5월 19∼21일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기시다 총리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방문은 의장국 총리로서 더는 우크라이나 현지 방문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G7 정상회의 테이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심 의제로 올라올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의장인 기시다 총리의 현지 방문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는 이는 G7 정상은 기시다 총리뿐이다. 기시다 총리는 다음날인 22일 이웃 나라의 폴란드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해 두 나라 간 협력 강화를 합의한 뒤 23일 아침 귀국할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를 이끌고 결속을 호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스스로 키이우에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면으로 회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을 비판하고 핵이 없는 세계를 위한 일본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닛케이아시아가 전했다.

경호·안전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 경호가 이번 회담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법상 자위대가 국외에서 총리를 경호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2월 키이우 방문 사례를 참고해 동선과 일정을 짤 예정이다.

경호상 문제를 무릅쓰고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 국내 언론은 물론 서방세계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아사히는 “미국처럼 안전 확보책과 정보 관리 태세를 취할 수 없는 나라에서도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키이우에 방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근시안적인 사안을 넘어 중장기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7 의장국 수장으로서의 결의”라고 치켜세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지도자는 안전상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상징”이라고 했다.

유럽연합도 우크라 지원 강화책 발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이사회를 앞두고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EU 외교·국방장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약 1년간 155㎜ 포탄 100만발을 추가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AFP 연합뉴스

서방 진영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외교·국방장관들은 이날 향후 1년여간 155㎜ 포탄 100만발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포탄 100만발은 개전 이후 EU 회원국들이 현재까지 지원한 누적 탄약 규모 약 35만발의 3배 규모다.

기시다 총리의 깜짝 방문과 EU의 지원 발표는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날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일시적으로 러시아에 점령된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철로로 운반되던 칼리브르-KN 순항미사일이 다수 파괴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괴된 순항미사일은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는 크림반도의 흑해함대 선박에서 발사되도록 설계됐다.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러시아에서 나왔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에도 크림반도 폭발의 원인으로 자국군의 공격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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