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中 시장, 한국 게임 수요 여전할까
중국이 3개월여 만에 또 다시 해외 게임들을 대상으로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중국 당국의 기류 변화가 명확해진 가운데, 한국 게임들이 품질 높은 중국 게임들의 틈새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20일 해외 게임을 대상으로 27개의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한국산 게임으로는 넥슨게임즈의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 데브시스터즈의 소셜 RPG ‘쿠키런: 킹덤’이 판호를 받았다. 판호는 일종의 허가증으로, 판호가 없으면 중국 내 게임 서비스가 불가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3개월만에 이뤄진 판호 발급이다. 당시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제2의 나라)’, ‘A3: 스틸어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종이 판호를 받았다.
업계는 ‘중국 게임시장이 비로소 활짝 열렸다’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 발동 이후 판호 발급을 멈췄다. 12월 외자 판호가 대거 발급되기 전까지 지난 5년간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2020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2021)’ 등 극소수였다. 업계는 12월 외자 판호가 대거 나왔을 때도 중국 시장의 불투명성을 근거로 전망을 밝게 점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발급으로 중국 당국의 스탠스 변화가 확실시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중국 당국이 이전과 다르게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게임들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측의 태도가 변한 건, 자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22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 감소하면서 201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판호 발급 감소로 신작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판호 발급은 2021년 755개에 이어 지난해에는 512개까지 감소했다. 2016~2020년 연평균 3700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8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적극적인 판호 발급 전환을 통해 게임시장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고 있는 판호 발급 빈도와 발급 수의 증가는 게임시장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외자판호 발급과 관련해 “게임의 다차원적 가치를 믿는다. 2023년은 수요와 공급이 큰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판호 발급이 본격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게임 시장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한국 게임 시장으로선 반전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시장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국내 게임주는 나란히 상승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장중 한 때 28% 이상 주가가 급등했고, 넥슨게임즈도 15% 이상 상승했다.
관건은 수요와 경쟁력이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자취를 감춘 사이, 중국산 게임은 경쟁력을 갖췄다. 과거 복제‧양산형 게임만을 만드는 데 급급했던 중국 게임 시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일례로 중국 개발사 ‘호요버스’가 제작한 ‘원신’은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재작년 판호를 발급 받고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 도전한 검은사막 모바일(2018년 作)은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가 퍼블리셔로 나섰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다만 업계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국내산 게임의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2021년 출시된 제2의 나라는 중국 진출의 전초기지로 볼 수 있는 대만과 홍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라는 점도 고려하면 중국 내 흥행 가능성이 적지 않다.
블루 아카이브 역시 2021년 출시돼, 서브컬처 장르의 본고장인 일본 현지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등 경쟁력을 입증한 게임이다. 서브컬처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최근 중국 이용자들의 성향을 볼 때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쿠키런 킹덤 또한 쿠키들의 다양한 개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단 평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한한령이 조금씩 해제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한참 전에 출시된 게임들에게 판호를 발급했다면 이번에 판호를 발급 받은 게임들은 최근에 출시 된데다 중국 내에서도 수요가 있는 게임”이라며 “현지 퍼블리셔와 함께 현지화 작업에 힘쓴다면 흥행을 기대해 볼 법 하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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