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人터뷰]의대 대신 공대 입학한 '철의 여인' 양금희

이현주 2023. 3. 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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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21대 국회 유일 전자공학과 출신
산자위 소관 제정법 내놓으며 역할 톡톡

"의대(의과대학)나 약대(약학대학)에 진학하거라" 80학번인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대학입시에서 부모님들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전자공학을 고집했다. 양 의원은 "암기를 잘 못하고 과학과 수학 과목을 좋아했기 때문에 공학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학창 시절에 책을 많이 읽었는데 전자공학 분야가 앞으로 미래 세대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양 의원의 혜안은 적중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유일한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당내 반도체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우리나라 경제안본 전략기술 지원에 힘을 보탰다. 특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인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기업디지털전환 지원법' 통과를 주도했다.

대변인으로서 활약도 돋보였다. 양 의원은 지난해 4월부터 원내대변인에 이어 최근까지 당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양 의원은 "대변인은 말을 하는게 아니라 듣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며 "전체를 대표해서 말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전에 내용을 충분히 듣고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올해 2월 양 의원의 의정보고회에서 언급한 ‘철의 여인’이란 단어는 공백을 찾아보기 어려운 의정활동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양 의원은 대학 졸업 후 10년간 교사생활을 했지만,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교편을 접었다. 하지만 양 의원은 "그냥 지나가는 세월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것까지 중요한 데 (당시는) 내면의 힘을 축적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다음은 양 의원과 일문일답.

Q. 대변인 생활은 어땠나.

A. 기자들의 전화를 대부분 다 받고 콜백(Callback)을 하려고 노력했다. 데스크들과도 만나고 반장부터 말진 기자들까지 다양하게 만났다. 대변인으로서 누구에게든 답을 성실하게 해주는 게 국민의힘을 위해서도 좋고, 기자분들도 더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든 일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뭔가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간 신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실하게 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Q. 전·후반기 국회 전부 산자위 상임위에서 매진하고 있다. 최근 어떤 법안에 집중하고 있나

A. 하나는 지능형 로봇 산업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이 전날 소위를 통과했고, 앞으로는 배달 로봇이 거리를 다닐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 지능형 로봇에 대한 투자나 육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희귀 금속이나 희귀 광물 해외에서 개발하는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자원안보법 통과도 성과를 냈으면 한다. 제정법인 자원안보법은 이달 공청회가 잡혀 있다.

Q. 중소기업벤처부 관련 법안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들었다.

A. 중기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처이다 보니 좋은 통계들이 거의 없다. 데이터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데, 중소기업 지원사업 통합관리시스템을 중소기업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하자는 법안을 냈다. 보다 상세한 과세 정보와 고용 정보 등을 관계 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중소기업 지원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기부 장관이 중앙행정기관,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에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중소기업의 육성과 성장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Q.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법안들도 자주 냈다.

A.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대한 법률(아청법)'이 개정돼 경찰이 아동과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 위장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마약 수사가 아닌 경우에 위장 잠입 수사가 되지 않았는데 가능해졌다. 보호수용법안(일명 '조두순법')도 발의해 계류 중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성 본부장을 지내면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과거엔 조직본부 안에 청년과 여성 본부가 속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성 본부가 따로 독립해서 일할 기회가 많았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Q. 통과된 법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은 무엇인가

A.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국민의힘 반도체 특별위원회 간사하면서 만들었다. 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또 하나로는 이것도 제정법인데 '기업디지털전환 지원법안'이 있다. 산업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관한 원칙을 담았다.

Q. 인재 영입 1호로 입당했다. 일할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법안을 만드는 일은 특별한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깊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법을 통해서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방향성과 속도를 정하는 일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만큼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기 때문에 깊이 있게 전체를 다 몰라도 앞으로 어떤 사회를 열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는 누구보다 빠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 강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테크닉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법이 녹아들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잡아내야 한다. 현시점에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 돼야 하고 이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 농구팀 창단 이끌어 낸 양금희

양 의원의 집무실 뒤쪽에 자리한 책꽂이에는 책보다 농구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운동과 거리가 먼 양 의원이 농구공을 왜 가져다 놓았을까? 양 의원은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대구로 이전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최근 있었다”면서 “어떤 역할이 있을까 고민하다 농구단을 인수해 운영하도록 해서 농구팀이 신설됐고, 선물로 받은 공”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는 대구시를 연고로 2021년 가스공사가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인수해 창단했다.

여의도 입성 출사표도 대구의 경제를 지금보다 넉넉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지역구를 고집한 이유다. 양 의원 지역구는 대구 북구갑이다. 양 의원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첨단 산업과 벤처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대구 지역 경제와도 연결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 지역구에 경북대학교가 있는 만큼 지방거점 대학 역할 확대에도 방점을 찍었다. 양 의원은 “대학진학 인원 자체가 줄었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있다 보니 (상황이) 몹시 어렵다”면서 “지방 국립대 여건이 다른 지방대학들보다 낫긴 하지만 확실히 과거와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지방 거점 대학의 역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도 매주 주말 지역구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내려갔다고 했다. 지역구에서 그는 ‘국회의원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훨씬 반갑다고 했다. 양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사람. 그게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가장 좋아했던 양 의원은 독일 문화 특유의 흐트러짐 없는 공적 질서 등에 대해 푹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동양 철학의 융통성, 넓은 의미의 융통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양 의원은 “예전에는 아니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다 옳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대가 흘러가면서 변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정치를 하다 보면 디테일로 들어가다 보니 기본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합리적,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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