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이 최악인 이유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입력 2023. 3. 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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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

[이영광 기자]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양국 국가를 듣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2019년 강제 동원 피해 관련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의 결과를 두고 '굴욕 외교' 등의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으로 일제 강제 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단인 임재성 변호사를 지난 1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
ⓒ 이영광
 
- 지난 6일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하겠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든 일본과 협의를 하겠다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사과나 기금의 참여 등을 피해자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도 계속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물론 기대가 높지는 않았죠. 왜냐면 2018년 대법원판결 이후부터 저는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그랜드 바겐 같은 방식으로 모든 것들을 테이블에 올려서 같이 협상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강제동원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주고받을 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본으로부터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과를 받아낼 수 있다면 피해자 대리인으로서는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속도감에 얽매여서 일본으로부터 사실 그 어떤 것도 이끌어내지 못했죠.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서 타협안이 있다면 ▲일본으로부터의 사과 여부 그리고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죠. 만약 피고 기업이 기금을 참여하지 못한다고 그래도 일본의 다른 기업의 기금 참여 등으로 일본의 책임 정도를 나누는데요. 이번 한국 정부의 안은 여러 논의됐던 타협안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타협안인 것 같습니다."

- 판결부터 4년 조금 더 걸린 거잖아요. 그럼, 그동안 협상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문재인 정부 초기나 중기에도 계속 일본과의 협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는 2019년 6월에 외교부에서 1+1이라고 하죠. 한국 기업과 일본 피고 기업이 1대 1로 재원을 출현해서 피해자들에게 먼저 변제 하자는 식의 안도 있었고요. 물론 그런 것들도 일본이 아주 거세게 반대하면서 받아들여지지 못했죠. 문재인 정부 때도 외부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일본이 그 어떠한 것도 대법원 판결과 관련돼선 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 잘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안은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었을까요?

"피해자 측에서 가장 원했던 건 '사과'였지만, 2019년 6월에 외교부가 발표했던 안에도 사과는 빠져 있었습니다. 돈만 한국 기업과 일본 피고 기업이 섞는 방식이었고요. 문희상 안이라고 또 있었습니다. 그것도 역시 피해자들이 반대했었는데 일본 기업 한국 기업 또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돈을 섞는 것들을 법에서 추구하고 있었고 사과의 부분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희상 전 의원 같은 경우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당연히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해서 이 법안이 작동될 것이다'라고 얘기했지만요.

어쨌든 법안 자체는 그런 것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문재인 정부 때 2019년 6월 외교부 안 그리고 문희상 안을 모두 반대했던 건 사실입니다."

- 그러면 이 문제의 핵심은 돈이 아니고, 사과인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요. 사실 피해자분들의 입장은 다양하십니다. 어떤 분들은 반드시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일본 제철과 같은 피고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지금 정부안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많은 피해자분이 원하시는 것들을 대리인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잖아요. 가장 많이 원하시는 건 역시 일본 기업 혹은 정부의 사과죠.

뿐만 아니라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대한 일본 측 해석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사과는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분명 많은 피해자분이 마음을 푸시고 좀 더 다른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이 가장 할 수 없는 게 사과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104주년 3.1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피해자분들 입장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원하는 건 역시 일본 측의 사과"

- 일본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거든요.

"저는 그 문제에 있어서 답답한데요. 왜냐하면 1940년대에 조선인 청년들을 일본의 군수 기업으로 동원해서 강제노동 시킨 것들에 대해서는 일본 사법부에서도 이미 다 인정을 했습니다. 또 일본 기업들도 그 사람들이 일본 기업에서 노동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있었다는 것들에 대해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근데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사실을 인정하거나 유감의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었어요. 자국 사법부가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사실 역사에 대해 눈감고 마냥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 주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모집 공고 보고 왔다는 건데.

"제가 계속 일본 사법부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나 기업은 사실 명확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은 아니었더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본 사법부에서 '자유로 온 것이 아니'라고 이미 판정했습니다.

왜 자유로 온 것이 아니냐고 하면, 예를 들어 당시의 모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선도 있었고요. 또 세 가지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인들을 이제 동원해서 일본으로 데려오는데요. 그렇게 동원해서 일본으로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의 불법을 강제연행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군소기업으로 와서 노동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불법을 강제 노동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강제연행에 강제노동을 더한 것을 강제동원이라고 한꺼번에 얘기하는 건데요.  

강제연행의 불법은 어떤 것이냐면, 일본 사법부가 인정했던 내용이 '일본에 가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란 식으로 기만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 와서 식민지의 젊은 사람들이 했던 일은 기술 습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주 위험한 일일 뿐이었고 학교 진학은 예정돼 있지도 않았던 것이죠.

마치 여기서 일을 1년 정도 하면 학교를 보내줄 것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기만했고, 뿐만 아니라 당시 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도장을 찍었는데 이걸 취소하러 가면 '약속했는데 만약에 네가 일본에 가지 않으면 경찰들이 너희 집을 가서 너희 부모님들을 체포할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사실상의 강압과 폭력이 행사됐다는 사실도 일본 사법부가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자유 의지로 일본에 돈을 벌기 위해서 취업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객관적인 역사와 달라요. 거짓말이죠."

-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지금까지 온 거잖아요. 대법원 판결과 제3자 변제는 맞지 않다는 지적 있던데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제3자 변제가 대법원 판결과 안 맞다라기보다는요. 제3자 변제를 통해서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키려는 거죠. 그게 삼권분립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로 주장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건 재심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판결을 없애는 건 아니고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거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죠."

- 윤석열 대통령 주장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안보 문제가 있으니 한일이 손잡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

"안보 문제 중요하죠. 경제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그 안보든 경제든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파트너의 수준에서 서로 논의하고 협의하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 일국의 대법원판결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과 그것을 그대로 추인한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국가간 관계 속에서 안보 협력이나 경제 협력이 과연 대등한 국가간 파트너십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심입니다.

그런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면 그건 한국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도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을 지렛대로 최소한의 역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든 아니면 기금 참여를 저는 끌어냈어야 된다고 봐요. 국가 간의 관계는 한 번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나면 그 외의 것들에 있어서도 동등한 방식의 요구나 파트너십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지금 일본에서 2019년에 있었던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부분에 있어서 사과하라고 그러면 그거 사과할 겁니까? 안보 문제가 중요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하면 일본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 따를 것이냐죠.

WTO 문제도 일본이 요구해서 한국의 제소가 취하됐습니다. 근데 그거는 명백하게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당하고 위법하게 한국을 공격했던 문제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취하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이 다시 자국의 이익에 맞지 않아서 한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했을 때 한국이 그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항의나 일본에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거는 안보 협력이나 경제 협력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봐요."

"'미래청년기금' 조성? 강제동원과 상관 없는 걸 함께 이야기... '물타기' 방식" 
 
 2015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 등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미래청년기금거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일본 게이단렌(경단련)과 전경련이 합작해 '미래청년기금' 조성하는 것에 대해 물타기라고 하셨던데 왜 그렇게 보셨나요?

"강제동원 문제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기금을, 마치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측 책임인 것처럼 한국의 일방적인 채권 소멸 조치를 발표할 때 같이 발표했잖아요. 이건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거죠. 일본이 돈을 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이고요.

이 문제는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건 매우 안 좋은 방식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우리는 사과도 못 받았고 일본의 기금 참여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없음에도 외교가 중요하고 경제가 중요하고 안보가 중요하다'라고 발표하는 게 낫고, 이런 것으로 국민들에게 평가받겠다는 게 겸허한 자세죠. 전혀 상관없는 기금을 계속 병치시켜서 얘기하는 건, 말 그대로 물타기라고 생각합니다."

- 16일인가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또 소송을 제기했는데 어떤 건가요?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국내 자산을 추가로 확인했던 것이고요. 저희가 이걸 확인했던 건 2021년입니다. 하지만 액수가 크지 않아서 저희가 들고 있었는데, 지금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이나 사과를 받을 수 없다고 한 상황에서는 액수가 크지 않아도 또 일본 기업으로부터 직접 배상받는 가능성이 있다면 다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유족 등이 미쓰비시 중공업 연관 한국 내 기업이 가진 채권에 대해서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기존에 집행 사건이 늦어졌던 이유가 일본의 서류를 송달하는 과정 때문이었는데, 이건 더 신속하게 절차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절차가 끝났을 때도 금전을 좀 더 용이하게 우리가 확보해서 변제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15일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가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됐고, 어제(16일)는 한일정상회담이 있었는데 이 흐름 어떻게 보셨어요?

"예상된 흐름이죠. 사실 한일정상회담이라는 정치적인 큰 이벤트를 위해 조급하게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측 해법을 내놨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한국이 이 해법을 발표한다는 걸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저번 주 월요일(6일)에 발표했잖아요. 그 전에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정상회담 하는 건 불가능했겠죠.

그래서 우리가 한국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얻은 게 있다고 할 수 있죠. 일본 정상과의 식사, 여러 가지를 함께하는 격식 갖춘 정상회담은 이미 강제동원 한국 측 해법 발표 이전에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서 논의가 됐고, 그래서 해법 발표 이후 곧바로 정상회담 발표가 나온 것이라 보입니다. 한국 측의 (강제동원) 해법안 발표가 정상회담의 대가라고 평가해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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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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