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처형의 상징인데…소름돋는 러 '바그너 망치' 열풍

박소영 2023. 3. 20. 1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푸틴의 사병’으로 불리는 악명높은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을 상징하는 ‘굿즈(상품)’가 러시아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신들은 바그너 그룹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처형 망치를 포함해, 옷·머그잔·열쇠고리 등이 굿즈로 유통되면서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한 가구업체가 최근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사용하는 '처형 망치'를 본뜬 인테리어 소품용 망치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릴라츠코예에 있는 한 가구업체에서 바그너 그룹이 사용한 것과 똑같은 모양의 처형 망치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쇠로 만들어진 망치 머리엔 바그너 그룹을 상징하는 해골 로고가 박혔고, 자루는 나무로 제작됐다. 무게는 약 7㎏이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인 코션 모스크바는 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인테리어 소품으로 바그너 그룹의 망치를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수요가 아주 많다”고 전했다.

이 망치는 지난해 11월 중순 바그너 그룹이 소셜미디어(SNS)에 ‘복수의 망치’라는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영상에는 바그너 그룹의 용병이었다가 우크라이나군으로 전향한 러시아 남성 예브게니 누진이 망치로 처형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누진은 머리 한쪽에 벽돌을 테이프로 감고 있었고 바그너 용병은 누진에 다가가 대형 망치로 가격해 살해했다.

바그너 그룹은 유럽의회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자, 가짜 핏자국이 묻은 망치를 바이올린 케이스에 담아 한 유럽의회 의원에게 전달해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로고가 박힌 상품 100여개가 러시아 이베이 사이트인 아비토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바그너 그룹 관련 굿즈는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이베이 사이트인 아비토(Avito)에는 바그너 그룹 로고가 박힌 열쇠고리·티셔츠·머그잔 등 관련 상품이 100여 개가 검색된다. 프리고진의 승인을 받아 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이 같은 굿즈의 인기는 러시아에서 바그너 그룹이 강력한 브랜딩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한때 잔인한 이미지로 외면받았던 바그너 그룹이 이제 러시아에서 성공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정치적 야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현지 독립 매체에선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을 러시아에서 문화 세력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가진 게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바그너 그룹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는 9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러시아 정치인들이 바그너의 처형 망치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바그너 그룹 훈련 센터에서 전투 훈련을 받았다고 자랑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 마을인 파라스코비브카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프리고진은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불리는 바그너 그룹을 지난 2014년에 창설해 비밀리에 이끌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감자 병사까지 동원해 성과를 올리며 공개적인 행보로 돌아섰다. 프리고진은 국방부 수뇌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면서 러시아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병력 지도자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최근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잃으면서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NYT는 “프리고진은 용병 기업 수장을 넘어서 러시아 내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그가 정계 진출을 노리는 등 정치적 야심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에 대한 러시아 내 여론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러시안 필드의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이번 전쟁에서 프리고진이 긍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답했다. 러시안 필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프리고진이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란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