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규성' 부진 속 '규규라인' 뜬다

이준목 2023. 3.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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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들, 새로운 경쟁의 시작?

[이준목 기자]

▲ 아쉬워하는 황의조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 서울 황의조가 슛이 높이 뜨며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전방 공격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이후 축구대표팀이 최근 '클린스만호'로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2023년 들어서 새로운 시즌과 소속팀을 맞이한 공격수들의 위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를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조조' 콤비인 황의조(서울)나 조규성(전북)을 거론했을 것이다. 황의조는 프랑스 리그 시절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며 리그앙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골을 달성했고, 조규성은 지난해 K리그 득점왕과 FA MVP, 한국인 선수 월드컵 최초의 한 경기 멀티골(가나전)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두 선수는 벤투호 공격진 부동의 양대산맥으로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나란히 승선하여 16강 진출의 영광을 함께했다.

'황의조규성'의 부진

그런데 2023시즌에 접어든 현재, 두 선수의 철옹성같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황의조는 올시즌을 앞두고 K리그에 6년 만에 깜짝 복귀하며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황의조는 프랑스 1부리그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로 이적했지만, 곧바로 임대된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경기 감각 저하로 슬럼프에 빠졌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장기화되며 월드컵에서도 조규성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월드컵을 마친 뒤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황의조는 고심 끝에 단기임대 형식으로 K리그에 복귀하며 경기력 회복을 노렸다. 황의조는 서울에 입단하며 '두 자릿수 득점과 유럽 재진출'을 목표로 제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황의조를 외국인 공격수 일류첸코와 함께 주전 투톱으로 4라운드까지 꾸준히 중용했다. 특유의 넓은 활동반경이나 포스트플레이는 어느 정도 경기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득점포는 아직 가동하지 못했다.

초반에는 유럽에서 실전감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경기를 거듭하며 자연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대일 찬스를 벌써 몇 번이나 놓치는 등 황의조답지 못한 모습이 거듭되며 의문부호를 남겼다. 서울은 시즌 초반 울산에 이어 리그 2위(3승 1패)에 오르며 순항중이지만 믿었던 황의조-일류첸코 등 최전방 공격진의 동반 부진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 조규성 슈팅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조규성이 수원에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이 낳은 스타 조규성도 시즌 초반 활약이 저조하다. 아직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황의조에 비하면 조규성은 2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첫 득점포를 가동하기는 했으나 PK골이었고 필드골은 역시 전무하다. 오히려 경기력만 놓고보면 황의조보다도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상대 수비진의 집중견제에 지워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조규성은 지난 시즌 K리그와 카타르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유럽진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소속팀 전북의 강한 만류로 올여름 이적 재추진을 약속받고 일단 잔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지금까지는 조규성과 전북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통하여 우승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던 전북은 조규성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부진 속에 초반 4경기 1승 1무 2패에 그치고 있다. 조규성 역시 이런 폼이라면 올여름 유럽 진출은 어려워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의조와 조규성은 클린스만호 1기에도 일단 이름을 올렸다. 축구대표팀은 3월 24일과 28일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홈으로 초대해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데뷔전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직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지난 카타르 월드컵 16강 멤버들 위주로 먼저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력만 놓고 보면 황의조와 조규성 모두 대표팀 내에서도 입지를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급부상하고 있는 대안 '규규라인'
 
 오현규(셀틱)가 2022-2023 스코시티 프리미어십 하이버니안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뻐하고 있다
ⓒ 셀틱 공식 소셜미디어
 
'황의조규성'이 부진한 틈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대안은 오현규(셀틱)과 주민규(울산)의 '규규라인'이다. 오현규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에는 아쉽게 실패했으나 예비멤버로 월드컵을 동행하며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주민규는 K리그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수년간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대표팀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오현규는 클린스만호 1기에 승선한 최전방 공격수 중 3인에서는 유일한 유럽파이자, 최근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직접 만들어낸 페널티킥(PK)을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데뷔골을 기록했고, 지난 19일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다이빙 헤더슛으로 7경기 만에 벌써 2골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클린스만호에 합류하게 됐다.

지난해 수원 삼성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며 급부상한 오현규는, 경기에는 나가지 못했던 월드컵 대표팀과 일정을 함께하며 많은 경험을 쌓으며 빠르게 성장중이다. 여기에 선배 공격수들인 조규성의 전북 잔류와 황의조의 K리그 복귀를 틈 타 깜짝 유럽 진출에 성공한 후 순조롭게 팀에 적응해가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오현규는 성인대표팀에서는 지난해 11월 아이슬란드전에서 후반전 교체로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바 있다. 클린스만호 1기에서 카타르월드컵 출전명단에서 변경된 선수는 풀백인 이기제와 함께 오현규가 유이하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득점력 외에도 전방압박-측면 스위칭같은 현대축구에서 요구하는 공격수의 역할에 잘 부합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황의조-조규성의 자리를 위협할 대안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 동점골 넣는 울산 주민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주민규가 동점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민규는 '제2의 이동국'으로 꼽힌다. K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에 비하여 유독 대표팀에서는 홀대받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럼에도 A매치에 105경기(33골)나 출전한 이동국과 달리, 주민규는 A팀과 연령대별 대표팀을 통틀어 태극마크를 단 적이 아예 없다. 뛰어난 득점력에 비하여 느린 스피드와 온더볼 능력이 국제무대에서는 통하기 어려운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대표팀에서 실험해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데 비판적인 반응도 많았다.

주민규를 철저히 외면하던 벤투 감독이 떠나고,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것은 주민규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민규는 올해도 K리그 4경기 2골을 터띄며 득점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소속팀 울산이 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라 든든한 동료들을 등에 업고 더 많은 득점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은 주민규에게 호재다.

주민규는 클린스만호 1기 승선도 기존 월드컵 멤버들에게 밀려 아쉽게 실패했다. 그러나 기존 주전 공격수인 황의조나 조규성이 같은 K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현재의 주민규보다 활약이 저조하다는 것은, 향후 주민규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30대의 베테랑인 주민규는 4년 뒤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36세가 되지만, 내년 열리는 아시안컵 출전까지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적인 스타 공격수 출신이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1-0보다 4-3 승리를 선호한다"고 할 만큼 공격축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앞으로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향후 대표팀의 공격진을 이끌어나가야 할 대한민국 스트라이커들의 기량에 대하여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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