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파파라치 주의” 역주행 신고자 조롱 현수막 논란

최태욱 2023. 3. 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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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주의. 범칙금 내지 않으려면 엄청난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구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 앞에 역주행이나 불법주정차 등의 운전자를 신고한 '파파라치'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물 입주자'라며 현수막 작성자를 밝힌 것으로 보아 불법주정차 신고를 당한 운전자들 항의에 건물 입주자가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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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역주행 및 불법주정차를 신고한 파파라치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뽑뿌' 캡쳐) 2023.03.20

“파파라치 주의. 범칙금 내지 않으려면 엄청난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구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 앞에 역주행이나 불법주정차 등의 운전자를 신고한 ‘파파라치’를 조롱하는 현수막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KFC 대구 동성로점 근황’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사진에는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 도로에 설치된 현수막 모습이 담겨 있다.

현수막에는 붉은색 바탕에 큰 글씨로 “잠시 주차‧정차, 진입 절대 금지”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어 “이 장소는 나라를 구하는 불타는 열정과 정의에 가득한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 아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을 가장해 여러 달째 노트북과 휴대전화 2대의 무기를 가지고 파파라치가 되어 국민신문고, 중부경찰서, 중구청에 신고를 하고 있다”며 “7만8000원의 뚜껑 열리는 과태료 범칙금을 내지 않으시려면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했다.

‘건물 입주자’라며 현수막 작성자를 밝힌 것으로 보아 불법주정차 신고를 당한 운전자들 항의에 건물 입주자가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추정된다.

현수막 사진이 화제가 되자 얼마 뒤 자신이 현수막 속 ‘젊은 청년 아이’라고 밝힌 이가 등장했다.

‘젊은 청년’은 “시간 때우러 가던 KFC에서 보니 옆 도로가 일방통행인데 죄다 역주행을 하기에, 1월 30일쯤부터 3월 10일까지 신고를 했다”면서 그동안 자신이 신고한 내역을 공개했다.

그가 신고한 내역은 총 535건으로 이 중 532건은 답변완료, 2건은 제보취소, 1건은 처리 중이었다.

자신이 신고자라고 밝힌 네티즌이 공개한 신고 현황. (온라인 커뮤니티 뽑뿌 캡쳐) 2023.03.20

그는 “98%가 차, 2% 정도가 오토바이다”며 “오토바이는 너무 빠르고 번호판이 작아서 위반을 훨씬 많이 하는데 신고 건수가 얼마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젠 신고 안한다”며 “불법 저지르는 사람은 당당, 뻔뻔이고 그걸 신고한 저는 나쁜놈이 돼서 이젠 신고 안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동성로 파파라치’ 사연이 빠르게 공유되자 이번에는 해당 거리의 실제 모습이 담긴 포털사이트 거리뷰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거리는 ‘젊은 청년’이 말한 상황 그대로였다.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일방통행을 알리는 ‘진입금지’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도로에는 양방향으로 차들이 세워져 있는 등 불법역주행은 물론, 불법주정차가 빈번하게 일어남을 짐작케 했다.

현수막 사진과 신고자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본인은 비꼰다고 쓴 거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훌륭한 준법청년이다”, “현수막 자체가 불법이다”, “이 정도면 일반통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친구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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