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의 핵타격 "800m 상공서 공중폭발"…살상력 극대화 노렸다
한미 연합연습 반발…도발 수위 높아질 듯
'美 본토' 겨냥 ICBM 정상각도 발사 전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을 겨냥한 핵 위협을 본격화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연습 전개에 맞대응하는 무력 시위를 계속해왔는데, 향후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을 비롯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 북측은 이번 훈련에 대해 "전쟁 억제력과 핵반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해당 부대들을 전술핵공격 임무수행절차와 공정에 숙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숙련'이라는 표현은 실질적인 핵 공격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전날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관련 "적(남한) 주요 대상에 핵 타격을 모의한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평가됐는데, 특히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탄도미싸일은 800㎞ 사거리에 설정된 조선동해상 목표상공 800m에서 정확히 공중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남측 도심을 겨냥한 살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중폭발'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이번 훈련을 참관하면서 "적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 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쟁준비를 위한 전략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는데,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7차 핵실험과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아우르는 계획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하루 전인 이달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 이틀 뒤인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이어 16일 ICBM '화성-17형' 고각 발사를 단행했다. 또 전날 KN-23까지 2~3일 간격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일정상회담에 맞춰 ICBM을 발사하거나 전날 미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작전구역에 들어오기 직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노골적인 무력 시위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날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던 한미 해병대의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5년만에 사단급으로 확대, 부활했다. 한미 연합연습을 '전쟁연습' 혹은 '북침연습'이라 규정해온 북한이 실전적인 핵 위협까지 시사하고 나선 만큼 향후 미 전략자산 전개 등에 따라 강도 높은 수위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체연료 추진 신형 ICBM 발사나 ICBM 정상각도 발사, 4월 완성이 예고됐던 군사 정찰위성 발사 등이 거론되며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한은 이번 '전술핵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의 성공을 기반으로 향후 정찰위성 및 ICBM 정상각도 발사 등 수순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특히 4월 중 태평양으로 사거리를 축약한 ICBM 정상각도 발사가 예상되며, 긴장 고조에 따른 남북한 군인들의 피로감 누적으로 인한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핵무력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핵무기가)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으며 확전 충돌이 일어나면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경고한 상황"이라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핵전쟁이 벌어질 잠재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태세 변화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N-23 미사일은 북한이 그간 활용해온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아닌 사일로(격납고)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의 핵태세가 보다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며 "향후 더 큰 미사일, 특히 ICBM '화성-17형'은 사일로에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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