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아기코끼리와 노부부', 자극없이 담백하게…힐링의 경고장

류지윤 2023. 3.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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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작

'아기코끼리와 노부부'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 상을 들어 올렸다. 앞서 1969년 '더 하우스 댓 아난다 빌트'(The House That Ananda Built)와 1979년 '언 인카운터 위드 페이시스'(An Encounter With Faces) 인도의 두 작품이 해당 부문에 지명됐으나 수상은 하지 못하면서 '아기코끼리와 노부부'는 단편 다큐멘터리상 최초 수상의 기록을 썼다.


'아기코끼리와 노부부'는 카르티키 곤살베스 감독의 작품으로, 인도 남부 지역에 살고 있는 봄만과 벨리 부부가 어미 잃은 코끼리 라구와 암무를 돌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감동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


테파카두 코끼리 캠프는 1927년 설립된 인도 최대의 코끼리 캠프다. 난폭하고 사람을 해친 많은 코끼리나 버림을 받은 코끼리들이 이곳에 와서 훈련과 보살핌을 받았다. 캠프 훈련사들은 매일 아침 코끼리들을 숲에서 캠프로 데려와 씻기고 저녁에는 다시 숲으로 보내길 반복한다. 이 곳에서 코끼리들은 최대 150kg까지 운반해 사람들의 육체노동을 돕도록 훈련받고, 마을 주변 야생 코끼리의 공격을 막고 몰아내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코끼리들의 역할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인도의 문화와 삶의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3년 전 감전사로 어미를 잃은 아기코끼리 라구는 테카파두 관리인 봄만이 관리와 양육을 맡는다. 그리고 봄만과 함께 지역 주인 벨라가 라구의 양육을 돕는다. 벨라는 숲에서 호랑이에게 전 남편을 잃었고, 최근 딸까지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지만, 라구를 정성으로 돌보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당시 라구는 야생동물에게 공격까지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벨라와 봄만의 관심과 애정으로 정상적인 삶을 회복한다. 그리고 생후 5개월이 된 코끼리 암무까지 벨라와 봄만에게 오게 되며 함께하는 기쁨은 배가 된다. 코끼리 관리인으로 만나 교감해 온 벨라와 봄만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결혼식을 올리고, 라구와 암무까지 한 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그러나 라구의 관리인이 변경되며 이들의 충만한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또 한 번 아이를 잃은 듯한 아픔을 겪는 벨라의 눈물을 암무가 코로 닦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암무 역시 라구와 떨어지게 된 후 한 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감정 교류와 자연과의 공존이 중요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국가 유산 동물을 보호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인도에서는 코끼리와 인간 간의 충돌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끼리는 인간의 생활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작물 파괴와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 동안 2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고, 같은 기간 코끼리는 500마리 이상 죽임을 당했다.


테파카두 캠프는 코끼리로부터의 공격이나 피해를 막기 위해 코끼리를 돌보고 있지만, 애초부터 지금의 상황 속 원인을 인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이 코끼리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충돌하게 된 부작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종종 잊고는 한다.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는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코끼리를 죽이거나 인간이 코끼리에게 공격 당하는 등 인도에서의 야생 코끼리에 대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눌러 담는다.


최근 사이비 종교들의 실태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이 국내 추악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줬다면, '아기코끼리와 노부부'는 자연과 생물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난폭한 장면 없이 단백한 연출로 정부의 관심과 인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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