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급수, 6일 단수… “물탱크 받아둔 물로 겨우 연명하죠”

박상은 2023. 3. 2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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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장기화로 제한급수 2단계를 실시합니다. 2일 급수 6일 단수.' 지난 15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들어서자 도로 곳곳에 걸린 '제한급수'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수하는 물도 안 버려요. 목욕은 이틀에 한 번 할 거 4~5일에 한 번 합니다."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빨래는 물이 나오는 이틀간 몰아서 하고 단수가 시작되면 물탱크에 받아둔 물로 겨우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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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보길도 가보니
해수담수화 선박이 대안 떠올라
‘땅속의 댐’ 지하수저류지도 추진
해수담수화 선박에서 생산한 담수를 전남 완도군 소안도 저수지에 공급하는 모습. 환경부 제공


‘가뭄 장기화로 제한급수 2단계를 실시합니다. 2일 급수 6일 단수.’ 지난 15일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들어서자 도로 곳곳에 걸린 ‘제한급수’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항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하는 섬마을. 지난해 이곳에 내린 비는 최근 5년 평균 강우량의 절반 수준인 704.4㎜에 그쳤다. 태풍이 왔던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1년 내내 가뭄이었다. 제한급수 역시 단수 일수만 변동이 있었을 뿐 벌써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세수하는 물도 안 버려요. 목욕은 이틀에 한 번 할 거 4~5일에 한 번 합니다.” 주민들은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빨래는 물이 나오는 이틀간 몰아서 하고 단수가 시작되면 물탱크에 받아둔 물로 겨우 생활한다. 당연히 먹는 것도, 씻는 것도 녹록지 않다. 설거지할 물이 부족하면 식당 문도 닫아야 한다. 주민 김광대(72)씨는 “2017년 가뭄도 힘들었지만, 올 가뭄은 더 심하다. 직접 와서 지내봐야 알지, 도시에서는 (어려움을) 알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길도는 이웃 섬 노화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보길·노화도 주민 약 8000명이 보길저수지(부황제)에서 식수를 공급받는다. 현재 저수량은 전체 용량(42만5000t)의 15%로, 주민들이 한 달 정도밖에 쓸 수 없는 양이다. 땅이 워낙 바짝 말라 웬만한 비가 아니면 마른 땅을 적시기도 역부족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넙도, 소안도, 금일도 등 인근 섬 주민 사정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 지역에 장기간 계속되는 가뭄으로 19일 전남 화순군 사평면의 주암호가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으로 주암댐이 건설된 후 수몰됐던 다리까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20년 10월 주암호에 물이 들어차 있던 모습. 뉴시스, 네이버지도 캡처


도서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가뭄 같은 기후재난에 더욱 취약하다. 바닷물을 정화해 담수(淡水)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시설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섬을 방문해 유지·관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국내 연구진은 ‘움직이면서 물을 생산하는 선박’을 고안했다.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를 바지선 위에 올려 운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해수담수화 시설과 선박 시설을 결합해 하나의 배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하루 60~70㎞ 해상을 운항하면서 300t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선박 ‘드림즈호’는 지난해 말부터 남해안에 긴급 투입돼 물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된 물은 정기적으로 생활용수 검증을 받아 바로 먹어도 문제가 없다. 갑판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연구진은 배 크기에 맞춰 해수담수화 설비를 소형화·경량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드림즈호처럼 자체 동력으로 항해가 가능한 ‘자항식’ 해수담수화 선박 역시 세계에서 첫 사례다.

드림즈호의 남은 과제는 국내 어느 섬에도 해수담수화 배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선박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하루 1만t 담수를 생산하는 ‘해상 부유식 담수화 플랜트’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 책임자인 이상호 국민대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 안보와 물 복지를 해결할 수 있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관심을 보여 수출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섬 지역의 ‘지하수저류지’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땅속에 일종의 ‘댐’을 설치해 바다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모아서 저수지로 보내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단기간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길저수지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도 지하수 저류댐 덕분”이라고 전했다.

보길도=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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