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은 극단적, 휴식권 보장"…김기현 출범 첫 당정협의회
당정이 최근 논란이 된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를 제대로 보완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1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당에서는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이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안상훈 사회수석이 자리했다. 김기현 지도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고위당정협의회였다.
1시간 예정됐던 회의가 2시간 30분가량 진행될 만큼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졌다. 당초 공식 안건은 ▶한·일정상회담 성과공유 및 후속 조치▶남부지역 가뭄 해소방안 등이었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주 69시간제’ 관련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 특히 참석자들은 “주 69시간제를 제대로 보완하자”는 데 공통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국회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인만큼 MZ세대 근로자나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에게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보완하기로 했다”며 “근로자의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반영하기로 했다”며 “국회로 법 개정안이 넘어오게 되면 입법 과정에서 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4월 17일까지인데 의견 수렴을 거쳐 6~7월 국회에 법안이 제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보완 지시를 내린 만큼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힘을 한데 모아 최대한 국민 여론에 알맞게 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현행 주 52시간 근무를 유연화해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 1주일 단위인 근로시간 산정 기준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일이 많을 때는 몰아서 하고, 대신 나중에 몰아서 더 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홍보 미숙과 잘못된 대처로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반발 여론이 커졌다는 것이 당정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대기 실장은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근로시간 유연화로 갈등이 있었는데,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정책”이라며 “69시간이라는 극단적이고, 일어날 수 없는 프레임이 씌워져 진의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개편안의 본질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유연화인데 혼란이 생겼다”며 “당정협의회에서는 홍보 부족 문제 등 포괄해서 논의됐다”고 전했다.
다만 당정 간의 미묘한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김기현 대표는 모두발언부터 “무엇보다도 여당이 중심이 되어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며 “정책 발표 이전에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69시간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대국민 홍보를 잘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민심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정책도 민심에 반하지 않도록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애초 격주마다 한차례 열기로 한 고위당정협의회의 시간적 간격을 좁히는 안도 검토됐다. 강민국 대변인은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고, 국가 정책에 대해 수시로 만나서 의논하기로 했다”며 “원래 격주간이었던 회의를 매주 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한·일정상회담 후속 조치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한·일 양국이 상호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대상국)의 원상회복에 합의했기 때문에 양국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관련 법령개정 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경제안보대화 신설 ▶한·일 차관 전략대화 재개를 위한 상호 의견 조율 등도 추진중이다.
강 대변인은 “당정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판결금 지급을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는데에도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윤지원·전민구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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