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위기 트럼프, 지지층에 “저항하라”…美언론 “정치적 전쟁 채비”

김형구 2023. 3. 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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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레슬링 선수권대회를 관람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저항하라!”
성추문 무마를 위해 입막음용 돈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체포가 임박했다는 주장과 함께 지지층에 행동을 촉구하며 쓴 소셜미디어 글 한 대목이다. 이는 그가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지지자 수천 명의 의회 폭동을 부추긴 선동적 메시지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가장 선두를 달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화요일(21일) 체포될 것”이라며 “저항하라! 우리 나라를 되찾자!”라고 썼다. 그는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비판하는 두 번째 글을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저항하라. 저항하라. 저항하라”고 연이어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자신이 오는 21일 체포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전 포르노 배우와의 과거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맨해튼지검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맨해튼 대배심에서 증언할 것을 제안함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형사 기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지방법원 출입구 앞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이 게시된 지 2시간 만에 그의 대변인은 트럼프가 체포 시점을 알고 글을 쓴 것은 아니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함과 불공정 시스템의 무기화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진이 21일 즈음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고 누군가 이를 트럼프에게 전달했을 수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이번) 트럼프의 언어는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공격에 앞서 트럼프가 사용한 수사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가 있기 18일 전인 2020년 12월 19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듬해 1월 6일 워싱턴DC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고 알린 뒤 수백만 팔로워들을 향해 “그곳에 있어라. 와일드하게 하라”고 했다. 지지자들에게 “당일 의사당까지 행진하라”고도 했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며 미국 의회에 난입해 국기 등을 흔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종자들을 향해 다시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고 나선 건 지지층 결집을 통해 검찰 수사를 적극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미 조지타운대 로스쿨 민주주의수호센터의 메리 맥코드 센터장은 “트럼프가 폭력에 가담할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이 열성 지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며 “2021년 1월 6일 ‘지옥처럼 싸우라’고 했던 통첩과 같이 ‘나라를 되찾자’는 이번 메시지는 필요하다면 폭력적으로 행동할 것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정치적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ㆍ6 사태 이후 대다수 소셜미디어 플랫폼 접근이 차단됐다가 최근 페이스북ㆍ유튜브 계정에 복귀한 트럼프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돌아왔다!”고 쓰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한 지지자가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늪을 말려버려라(Drain the swamp)”라고 쓰인 팻말을 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팻말에 쓰인 구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부패한 정치인들을 쓸어내버리겠다”는 뜻으로 쓴 슬로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 보좌진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는 공화당원들이 공개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자신을 방어해 줄 것을 원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글은 즉각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정부 예산을 정치적 동기가 있는 기소에 쓰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NYT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을 은밀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와 손잡은 정치행동위원회(PAC) ‘MAGA’는 공화당의 2024년 대선 주자 중 누가 그를 방어해 주고 그렇지 않았는지 조사한 보도자료를 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문에 호응하고 나서는 추종자들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이자 낙태 반대 운동가인 프랭크 파본은 “우리는 저항할 것이다. 우리의 저항은 압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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