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질 주총…국제 의결권자문사, 행동주의 주주제안에 반대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복병을 만났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이에 따라 이번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보고서를 통해 KISCO홀딩스와 BYC, JB금융지주 등에 대한 주주제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다만 KT&G와 남양유업 2곳에만 ‘일부 찬성’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는 KISCO홀딩스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감사 선임 등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에 보통주 현금배당 900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주주제안했다.
FCP·안다자산운용은 KT&G에 보통주 현금배당 각각 1만원, 7867원과 각기 다른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내부거래 공정성 의혹 해소와 사외이사 선임,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현금배당 보통주 2만원, 자사주 매입,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글래스루이스도 KISCO홀딩스를 제외한 KT&G, JB금융지주 등 나머지 회사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KISCO홀딩스와 KT&G에 대해서는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이 갈렸다. ISS는 KISCO홀딩스 주주 제안에 전부 반대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회사가 운전 자본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주주제안한 자사주 매입 금액이 합리적”이라면서 “이사회가 회사의 자본 배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선임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찬성했다.
KT&G의 경우 ISS는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제안 등에도 찬성 의견을 냈다. 다만, 안다운용의 추천 후보 중 이수형 변호사와 박재환 중앙대 교수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추천했다. 반면 글래드루이스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결정은 외국계 기관의 표심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대표적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을 커버하는 의결권자문사가 ISS와 글라스루이스 두 곳 밖에 없다”며 “해외 펀드의 경우 해당 권고에 반대하기 위한 내부 절차가 복잡한 데다가, 주총 기간이라는 시간적 제한 때문에 그대로 따르거나 기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펀드의 한국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한국 관련 인력이 적어, 주주제안 등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사측이 ‘수정하겠다’고 하면 사측 제안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아 행동주의 펀드에 반대하는 경향도 크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관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데다 국내 자문사 의견을 받고 자체적으로 분석한 뒤 입장을 정하는 등 외국계 기관의 영향력은 전보다 줄었다”며 “주총에서 진검승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YC에 대해 행동주의 캠페인을 하는 트러스톤 측은 “반대 의견을 낸 해외 의결권자문사와 달리 국내 자문사는 찬성 의견을 냈다”며 “해외 기관 투자자의 지분이 크지 않은 만큼,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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