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발사 후 사흘 만에 또 미사일 발사…한ㆍ미ㆍ일 3각 협력 어깃장
북한이 19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를 발사했다. 한ㆍ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한 뒤 사흘만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11시 5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SRBM 1발이 발사돼 동쪽으로 800㎞ 이상을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 동창리는 북한이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 부르는 장거리 로켓 발사 시설이 있다.
이노 도시로(井野俊郞) 일본 방위성 부대신은 “북한의 미사일이 최고 고도 약 50㎞로 비행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의 미사일이 변칙 궤도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변칙궤도 비행은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해 하강 단계에서 갑자기 급상승 기동을 했다는 뜻이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북한의 이날 군사적 행동은 예년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북한이 16일 ICBM 도발 후 사흘도 안 돼 SRBM 도발을 이어갔다는 점에서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 중에도 미사일 발사 시위를 감행했다. 한ㆍ미는 지난 13일부터 11일 동안 상반기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ㆍ미 연합훈련에는 도발을 자제해왔다.
미사일 도발 주기가 짧아지고, 연합훈련에 맞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의 행태는 지난해 처음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과의 연합 해상훈련, 지난해 10~11월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당시 북한은 미사일을 잇따라 쐈다. 특히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동안(지난해 10월 31일~11월 5일) ICBMㆍSRBM는 물론 전투기ㆍ지대공미사일ㆍ방사포 등을 총동원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한ㆍ미 연합훈련은 대비태세를 높이면서 북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 북한은 연합훈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16일 화성-17형 발사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란듯 순안 비행장에서 딸인 김주애까지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여러 사항을 고려해 무력시위의 시점과 강도를 정한다”며 “16,19일 미사일 발사는 한ㆍ미 연합훈련에 지난달 1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표현처럼 ‘압도적 대응’하는 차원이면서, 한ㆍ일 정상회담으로 한ㆍ미ㆍ일 3국 안보협력의 약한 고리인 한ㆍ일 관계가 정상화하는 데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미국이) 일본, 남조선(한국)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록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정상화에 합의했다.
한ㆍ미는 이날 미국 공군의의 전략폭격기인 B-1B와의 연합 공중훈련으로 맞불을 놓았다. 훈련에는 공군의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도 참가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관한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의 화성-17형 발사에 국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찾는 자리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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