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의 속터뷰]강원택 "국민의힘, 옛날 당 총재 시절로 돌아간 느낌"

소종섭 입력 2023. 3. 19. 11:14 수정 2023. 3. 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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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변에 쓴소리 할 사람 없는 것 같다
이재명, 변화 메시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총선 3당 출현 가능성, 세대교체 바람 불 듯

타협과 갈등은 정치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는 타협보다는 늘 격렬한 투쟁이 두드러진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치는 날로 가팔라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내부에서는 원심력이 꿈틀거리는 흐름도 엿보인다. 당선 1년을 넘긴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 또한 눈에 띈다.

현재의 정국 상황과 향후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정치학회장과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에 있는 서울대 강 교수의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적인 방향은 잡았으나 정치적으로는 미흡하며, 이재명 대표의 위기는 사법리스크만이 아니라 변화의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지금대로 총선이 치러지기 보다는 3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며 야당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원택 교수는 현 정부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방향성을 잡았으나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약하다고 평가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한 지 1년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 선거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작했던 대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렇게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책적인 측면하고 정치적인 측면을 구분해서 말하고 싶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뚜렷한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정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좀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말에 노동 교육 연금 건보 등 4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앞으로 어디로 가겠다는 게 그걸 통해서 제시됐다고 판단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집권 후 6개월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방향성을 분명히 했고 노동개혁 같은 경우는 반응도 좋게 나오고 있으니 자신감이나 안정감을 갖는 것 같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연설문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과거 대선후보 시절의 연설문까지 찾아서 읽어본 적이 있다. 거의 맥락이 일치했다. 일관된 자기 생각이 있었다. 문투는 직설적이었고, 미사여구가 없었다.

권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어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변화를 위한 결단 같은 게 필요했는데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들 답답해했다. 지금 윤 대통령이 앞에서 끌고 나가면서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고 뭔가 끊어내는 모습은 나중에 성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변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확실히 긍정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보나. 집권 초인데 당선할 때 득표율보다 낮다.

그렇게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대통령이 좋다고 대답하지 않은 사람들도 싫다기보다는 관망하는 측면이 크다. 왜냐하면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투표 사람들 자체가 그에 대해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찍은 사람은 얼마 안 된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등을 너무 못했으니 바꾸자는 심리가 컸다. 다른 하나는 이재명 후보가 약간 불안해 보인다, 신뢰가 안 간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지지율이 그때보다 낮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 급락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 정도에서 5% 내외로 지지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지지율이 빠져도 야당 쪽으로 가기보다는 관망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어려움은 단순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강제 징용 문제 해법을 내놓았을 때) 민주당에서 ‘이완용’을 거론하는 것을 보며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국 사태 때 ‘죽창가’를 거론했던 것과 똑같은 형태였다.

강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빠져도 야당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관망하는 흐름이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흡하다는 평가도 많다.

정책적인 측면 말고 정치적인 측면은 조금 약하다. 이번에 전당대회 같은 경우에도 거의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 아닌가. 서툴기 때문에 나중에 그런 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아니겠나. 지금의 여소야대는 윤 대통령이 만든 게 아니니 사람들이 아무도 대통령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지게 되면 이건 다른 문제다. 온전히 윤 대통령이 책임을 다 짊어져야 한다.

내년 총선 판세는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보나.

여권은 지금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있으니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절대로 지지율이 낮은 상태로, 약한 상태로 마지막까지 가지 않는다.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든지 뭐든지 해서 바뀔 것이다.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이 이중적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은 뭔가 돌파해내고 결단하는 리더십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선거 때가 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견제하지 않아도 될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명히 그게 작동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권이 지금부터 얼마나 대중들하고 호흡하면서 설득해내고 다가서려고 하느냐다.

일을 해서 성과를 내면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관료적 마인드다.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민들은 독불장군식 스타일에 대해서는 약간 불편함이 있다. 여소야대 때도 이런데 국회까지 과반 의석을 갖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수도권에서 그런 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국민의힘이 과반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대통령이 소통 행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이나 주변에선 대통령한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말해도 안 들을 것 같다. 싫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듣기보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 같다. 어떤 교수가 ‘윤 대통령을 만나고 왔는데 대통령이 한 60~70%쯤 이야기를 했다’고 하기에 나는 ‘내가 들은 비율 중에 가장 낮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주변에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다는 뜻인가.

조력 없이 혼자 갈 수가 없다. 그런데 당은 자기 말만 듣는 사람을 갖다 앉혀 놨다. 당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가 없다.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다른 얘기가 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옛날 당 총재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당이 여론에 민감하니까 지금 이러이러한 여론이 있다, 이렇게 전달해 주면 제일 좋은데 그렇게 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변에서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잘 안 보인다.

제3당 출현 가능성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현실성이 있을까.

양당 구도에 사람들이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3당이 있으면 중간에서 제어도 되고 또 과반 만들려면 그 정당과 명분을 쌓기 위해 양보하는 정치가 작동한다. 그런데 거대 양당만 있으니까 서로 자기편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 정치라는 게 양보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비즈니스랑 똑같다. 파는 사람은 1만 원에 팔고 싶고 사는 사람은 5천 원에 사고 싶으면 타협해서 7천 원이든 8천 원이든 결정해가지고 성사를 시키면 된다. 지금은 한쪽은 계속 5천 원만, 다른 쪽은 계속 만 원만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러니 갈등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3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강 교수는 "대통령실 우위 구도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위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듯이 국민의힘에서 검찰 출신을 20명 이상 공천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분란이 날지 모르겠다. 이준석 쪽에서 상황을 보다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싹 내 편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어떤 형태의 민주당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지금은 ‘김대중 민주당’도 아니고 ‘노무현 민주당’도 아니다.

역대 대선에서 보면 거대 양당만 있을 것 같지만 꼭 제3후보가 나왔다. 지금 다들 양당 간 싸움에 지쳐 있다. 다 피곤해한다. 누군가 치고 나오면 제3당의 공간이 좀 생기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년 총선과 관련해 핵심 관전포인트는 뭘까.

윤 대통령의 당선은 한 시대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최초의 관료 출신 대통령이다.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던 관료 조직이 정치권력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산업화, 민주화 시대가 저물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변화의 시대가 됐기에 국회를 구성하는 정치권 전반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도 다른 세대의 이야기는 안 듣지만 MZ세대 이야기는 듣는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날 수 있다. 2017년 촛불 집회는 정치적 세대교체에 대한 바람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걸 잘못 읽었다. 아무 것도 안 했다. 박정희 시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저물었는데 민주화시대도 저물었다. 그 공백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리더십이 나온 것인데, 이게 대통령에게만 해당될까. 아닐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세대가 얼마나 내려갈까이다. 세대가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이른바 대통령실 우위의 구도가 국민의힘으로서는 일종의 위기 요인이다. 개입 방식도 서툴렀다. 너무 노골적이었고 표현도 거칠었다. 그렇게 애써서 겨우 ‘김기현 과반’을 만든 것 아닌가.

모든 게 끝났다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지금부터 오히려 문제가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전당대회 끝난 다음 날 회의에서 지도부가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계속 저렇게 하면서 당내 다른 목소리를 막아버리면 당내 분열, 혹은 공천하고 연관되지 않을까.

천하람 후보가 14.9%를 득표했는데.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는 지금 현역 의원도 아니다. 그가 상징하는 게 뭘까. 젊은 세대도 있을 것이고 혹은 변화에 대한 바람도 있을 것이다. 높은 득표다. 보수 정당 내에도 젊은 세대로 상징되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도부가 마치 100을 가진 것처럼 하는 것은 잘못이다. 당이 여론을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가 그런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시키는 것을 충실히 하는 정도 아닐까. 일방적 관계로 가면서 당의 자율성은 굉장히 많이 약화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일사불란하게 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어떨까.

진보는 계속 새로운 어젠다, 미래에 대한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 어젠더를 잃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변화 이런 걸 모른다. 사회는 바뀌었는데 여전히 1980~90년대 방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의석 숫자 이런 것보다 길게 봤을 때 다음에 집권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야당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옛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야당에 익숙해진 체질을 바꾸려고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나. DJ가 가졌던 그런 절박함 같은 것도 잘 안 보인다, 변화에 대한 상징성 이런 것도 없어졌다. 이재명 대표의 위기는 사법리스크만은 아니다. 새로운 정치적인 변화의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유산으로 먹고 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치인 이재명’을 어떻게 보나.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가 뭘 남겼을까 생각해봤는데 남긴 게 없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이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도전했던 것은 지역주의 타파였다. 정치인은 자기의 정책적 자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어야 되는데 이 대표는 그게 안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해외로 나가서 6개월이든 1년이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가면 안 보였던 게 보이고 새로운 이슈나 어젠다 같은 것도 발굴할 수 있었을 텐데 바로 정치권에 들어오니 처음부터 방탄 틀에 갇히게 됐다. 그러니 처음부터 수세적인 입장으로 당을 이끌게 됐다.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놓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놓으면 자기는 죽는다고 생각을 할 테니-. 이게 묘하게 양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총선 앞두고 민주당이 조금 더 변화의 폭이 클 것 같다. 초선 당 대표와 초선 당 대표에 영향을 미치는 무수히 많은 초선 의원들이 민주당을 끌고 가고 있다. 그러니까 정치력이 발휘가 안 되고, 표현도 정제가 안 되고, 이슈 파이팅도 제대로 안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쿨하게 여당에 협조해야 한다. 요즘 민주당 보면 A부터 Z까지 다 반대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질적으로 주목받는 이슈들을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력이 부족해 보인다.

[강원택 교수는 누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냈다. 한국 정치와 선거, 정당 등을 주로 연구한다.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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