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프레임 vs 李 리스크…어디로 기울까 [신율칼럼]

2023. 3. 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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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11일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이 주최한 ‘강제 동원 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굴욕적 배상안 강행 뒤에는 한·일 군수 지원 협정과 한·미·일 군사 동맹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이른바 ‘쌍특검’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 50억원 수사 특검 법안에 이어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과 뇌물성 후원 의혹 특검을 연이어 발의했다. 정의당도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의당이 민주당 특검 법안을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원포인트 특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인 반면,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코바나컨텐츠 대표 재임 기간 뇌물성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포함된 특검법을 발의했다.

50억 클럽 관련 특검을 임명함에 있어 민주당은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국회 교섭 단체가 추천한다’고 법안에 명시했고, 정의당은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 단체’와 ‘교섭 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의당은 본래 절차대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당 모두가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맞지만, 입장 차이는 무척 크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민주당 주장대로 50억원 특검을 민주당이 추천하는 것이 타당한가다.

민주당 주장대로,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 단체가 특검을 추천할 경우 여기에 해당되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과거 특검에서도 야당이 특검을 추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BBK 특검이나 문재인 정권 드루킹 특검 그리고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건 특검 모두가 야당이 단독으로 추천했다. 과거 특검을 야당만 추천했던 이유는 모든 특검이 대통령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사건 관련 당사자가 특검 추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야당이 단독으로 특검 추천권을 행사했다. 이번은 다르다. 50억 클럽 문제는 대장동 사건에서 파생됐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관련됐다. 따라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특검을 추천하면 당대표 관련 사안을 수사할 특검을 스스로 추천하는 셈이다. 민주당이 특검을 자신들만 추천하겠다든지 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이른 시간 내에 특검을 가시화시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강제 징용 배상 해법에 대한 강경 대응과 맥을 같이한다. 강제 징용 해법 관련 여론이 매우 좋지 않고 그래서 야당으로서 당연히 반대할 수 있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기에, 강력한 저항을 통해 친명과 비명 간 대립에 집중되는 여론을 ‘시각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다 쌍특검까지 밀어붙여 구성원과 지지층 단합을 도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안이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식의 대응이 생각만큼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2023년 3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낮아졌다. 또한 3월 13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의 정례 여론조사(3월 6일부터 10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포인트, 응답률은 3.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확실하다. 지지율 하락세 전환 이유로,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드는 분석이 있다. 여기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해당 여론조사에서 ‘일제 강제 동원 피해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한 긍정·부정을 묻는 문항에서, 찬성 35%, 반대 59%로 나타났다. 60% 정도가 부정적 평가를 내릴 정도라면,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폭락해야 맞다. 그런데 2%포인트에서 4%포인트 정도 하락세를 보였다. 왜 이런 ‘논리적 부정합 관계’가 나타났는지 궁금해진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문항에 대해서는 자신의 진짜 의견 혹은 생각보다는 정답을 말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당신은 투표하겠습니까”라는 문항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가 있기 2~3주 전에 항상 이런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평균적으로 응답자의 85% 이상이 투표하겠다고 응답한다. 그런데 실제 투표율은 여론조사 결과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응답자 대다수가 ‘투표는 민주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투표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투표하겠다’로 답한다는 분석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문항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강력히 응징하고, 일본에 절대 밀려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상식’이다. 때문에 이런 문항에서는 당연히 정부가 잘못했다 응답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때 대통령의 해법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있을 테고,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지율 폭락을 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종합해보면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던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관련된 인물 중 사망한 이는 총 5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다시금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히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비상 상태’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됐고 따라서 당분간 당이 시끄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비 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테다. 대비 효과가 커질수록 민주당 의원 위기의식은 비례해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 내분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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