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리창 등용…시진핑 비서 출신 한계 [생생中國]

2023. 3. 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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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행정부 역할을 하는 국무원 총리는 2인자로 불린다. 공산당에서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에 이어 서열 2위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주석은 주로 정치, 외교, 국방을 책임지고 2인자인 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는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리커창 총리에게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과거 시 주석보다 장관급 승진이 앞서는 등 비슷한 연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공산당 내 파벌 다툼 과정에서 결국 시 주석에게 1인자 자리를 뺏기고 2인자인 총리에 임명됐다.

시 주석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면서 리커창 총리의 존재감도 빠르게 약해져갔다. 시 주석은 경제 분야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小組·태스크포스)’ 조장을 직접 맡았다. 과거에는 총리가 맡았던 자리다. 또 시 주석은 자신의 측근인 류허 부총리를 앞세워 경제 정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경제 담당 부총리인 류허는 시진핑과 함께 베이징 101중고를 다닌 동기 동창으로, 시진핑의 친위 세력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의 일원이다.

결국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출신 리커창 총리는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불우한 2인자로 씁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현역 시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무대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 관심은 중국의 새로운 2인자가 된 리창 신임 총리에게 쏠리고 있다. 미중 공급망 갈등 등 어려운 외부 여건 속에 부동산 침체, 수출 성장 둔화, 과도한 부채 등으로 고전하는 중국 경제를 리창 총리가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그는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친기업 인사로 통한다. 경제 수도 상하이 당서기를 지낼 당시 빅테크 창업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민간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해외 기업 유치에도 관심이 많아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유치도 직접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열린 제20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창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옆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
과거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시 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여야 한다”며 기업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리창 총리 시대에서는 민간 기업의 경제 기여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리창 총리가 중앙정부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통상 총리직을 맡기 전 부총리 역할을 수행하는데 리창 총리는 부총리 경험 없이 지방정부에서 일하다 바로 총리 자리로 직행했다. 중국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혔던 리커창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시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인자와 라이벌 관계였던 전임자와 달리 리창 총리가 시 주석 핵심 측근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리창 총리는 과거 시 주석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리창 총리에게 경제 등 내치 부문에서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시 주석이 절대 권력을 구축한 상황에서 리창 총리의 역할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반론도 있다. 글로벌소스파트너스의 앤드류 콜리어 중국 애널리스트는 “리창 총리가 위대한 일을 해낼 여지는 있지만 모든 것은 시진핑 주석의 생각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0호 (2023.03.15~2023.03.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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