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인★ 안하는 언론사가 있다? [별별인턴]

정고운 2023. 3. 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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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인턴기자의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소생기


입사 첫주, 선배가 떠났다

국민일보 입사 일주일 차 인턴기자 정모(23·여)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쁜 정 씨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입사 이후 줄곧 정씨에게 업무를 지도해 주었던 선배가 회사를 떠났다. 설상가상 남은 선배마저 한 달 뒤 육아휴직으로 회사를 쉬게 돼 맨몸으로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정씨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간신히 익힌 업무에 열중하던 정 씨는 어딘가 허전함을 느꼈다. 정 씨가 몸담은 콘텐츠 퍼블리싱부에서는 국민일보의 기사가 게재되는 각종 포털과 SNS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국내 SNS 플랫폼 사용자 수 2위이자 젊은 층의 온라인판 만남의 광장, 인스타그램이 빠져있었다.

우리만 없어, 인스타그램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SNS/커뮤니티 앱 사용 분석 리포트

2017년에 이미 사용자 1000만명을 넘어선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2월 28일까지 iOS와 안드로이드를 대상으로 약 20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는 1833만 6470명으로 1위인 네이버 밴드를 바짝 추격했다. 특히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이용자 수가 늘어나며 네이버 밴드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하루에 한 번 이상 앱을 이용하는 사용자 비율, 즉 앱 이용 빈도수까지 감안하면 인스타그램은 명실상부 압도적 인기를 가진 SNS 플랫폼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굴지의 대기업부터 동네 작은 식당까지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손님과 소통한다. 오늘의 메뉴와 재료 소진 상황을 인스타그램에만 공지하는 바람에 “인스타 안 하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다. 연예인과 팬, 기업과 소비자, 지인과 지인 사이의 소통 창구로 대활약 중인 인스타그램을 국민일보에서는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것. 트렌드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MZ기자 정씨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기획은 죽어가는 국민일보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다시 한번 부흥시키고자 하는 인턴기자 정씨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캡처

놀랍게도 국민일보에서도 공식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퇴사한 한 인턴기자가 운영했던 계정 ‘꿍미니’의 팔로워는 500명 남짓. 그마저도 2021년 8월을 끝으로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정씨의 눈에 첫 번째로 들어온 것은 프로필이다. 국민일보의 상징색인 노란색을 이용해 귀여운 마스코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의 언론사가 가진 딱딱한 이미지 대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전략은 좋았으나, 문제는 ‘꿍미니’라는 이름만으로는 이것이 국민일보의 공식 계정이라는 사실을 사용자들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색창에 국민일보를 검색해 봐도 꿍미니 계정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프로필 설명에도 해당 내용이 빠져 있어 언론사의 공식 계정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SNS의 느낌이 강하게 난다. 언론사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 신뢰성인데, 이래서는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정씨는 생각했다.

꿍미니의 팔로워가 510명인 것에 비해 팔로우는 단 두 개 계정만인 점도 주목할 만 했다. SNS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유사한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용자들을 서로 연결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SNS를 운영하는 계정들이 서로를 팔로우해 신규 사용자의 유입량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이다. 정씨는 “국민일보가 타 언론사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사용자의 피드에 자연스레 노출될 기회를 놓침으로써 신규 팔로워의 유입이 더뎌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정씨는 그동안 피드에 업로드됐던 콘텐츠를 훑어봤다. 사용자가 업로드한 게시물을 최신순으로 차례차례 보여주는 타 SNS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모든 게시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게시물 간의 조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꿍미니’ 계정은 각 게시물에 동일한 템플릿을 적용해 통일성을 가지려 노력한 듯 보였다. 테두리를 깔끔하게 잘라낸 사진이 적절하게 삽입된 게시물에서는 운영자의 고민과 정성이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청록색 배경과 대비되는 노란색 텍스트가 눈에 띈다.

계정이 한창 활성화되었던 2021년까지만 해도 이처럼 단박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섬네일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카드 뉴스를 이용한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지금에 와서 가시성만을 내세운 게시물은 수많은 카드 뉴스 중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될 수 있다. 이제 변화를 주어야 할 때. 곳곳에 미디어 활용 능력자들이 숨어있는 정글 같은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감성’이 필요하다.

사실 청록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튀긴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 예쁘기는 힘들다. 또 배경에 삽입한 사진의 어울림이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 있다. 거기다 멘트까지 건조하니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차라리 자극적이지만 재밌고 시선을 잡아끄는 멘트를 사용하는 개인 인플루언서에게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개인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용어에 제약이 많은 언론사에서 재밌는 멘트로 승부를 보기란 쉽지 않지만, 언론사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묵직하고 센스 있는 한 방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기자의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정씨에게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국민일보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콘텐츠 자체는 유익하지만 국민일보의 특색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타 언론사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디자인이나 콘텐츠를 담아낸 것도 아니니 사용자가 국민일보 계정에 들어와 있으면서도 국민일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슬프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고유의 색깔이 없는 콘텐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정 씨는 “모든 SNS 운영의 기본은 개성”이라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국내 10대 종합지로서 이미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언론사다. 정 씨는 기존 독자들이 좋아하는 국민일보의 이점을 살려 국민일보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큰 패착 요인으로 꼽았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쓰디쓴 고찰을 마친 정 씨는 시원섭섭한 듯 분석을 마쳤다. 그동안의 노력이 깃든 계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낀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했으니 이를 중심으로 개선한다면 더 이상의 실패는 없을 것이라는 당찬 포부도 있었다. 인턴 계약 기간인 앞으로 22주간, 인스타그램이 국민일보 대표 SNS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고군분투하는 인턴기자 정 씨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별별인턴은 국민일보 인스타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턴기자의 여정을 추적합니다. SNS 플랫폼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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