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밀고 나니 칵테일 마사지까지...천국이 여깄네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윤혜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4@mk.co.kr) 2023. 3. 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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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여성전용 1인 세신샵 ‘스파 헤움’ (윤혜진 인턴기자)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부모님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 살갗이 빨개지도록 때를 밀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다시는 안 간다고 말하면서도 바나나우유 하나에 풀어지던 마음.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고 목욕탕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중이용시설이 금지되며 목욕탕이 문 닫은 사이, 조용히 목욕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1인 세신샵이 여기저기 생겼다기에 다녀와 봤다.
세신부터 마사지까지, 프라이빗한 토탈 목욕 서비스
깔끔한 인테리어의 로비 공간. (스파헤움 제공)
지난 8일 오전. 분당선 한티역에서 10분 정도 걷자 역삼동에 위치한 여성전용 1인 세신샵 ‘스파 헤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흰색, 금색, 고동색으로 이루어진 깔끔한 인테리어와 함께 직원이 코스 소개를 시작했다. 크게 기본 라인과 우유 라인으로 나뉘는데, 우유라인의 칵테일 코스(85분·12만원)와 리얼 골드 코스(85분·14만원)가 가장 인기라고. 기자는 칵테일 코스를 받아보기로 했다.

선택을 마친 후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오피스텔 복도처럼 양쪽으로 문들만 쭉 줄지어 있었다. 각 방마다 개인 파우더룸과 목욕실이 이어진 구조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그림이 걸려있는 파우더룸에는 샤워가운, 실내 슬리퍼, 수건, 드라이기, 스킨, 로션, 헤어 에센스, 면봉, 머리끈 등을 비롯하여 여분의 마스크와 전신 드라이기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목욕바구니’없이 맨 몸으로 와도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춰져 있는 개인 파우더룸. (스파헤움 제공)
본격적인 세신을 시작하기 전에 몸부터 불려야겠지. 스파헤움은 욕조 반신욕과 건식 사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반신욕을 골랐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인 기자(160cm)에게 욕조는 편히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넉넉한 크기였다. 따뜻함과 뜨거움, 그 사이의 온도로 몸을 녹이고 있자 입장할 때 골랐던 얼음 띄운 차를 가져다 줬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땀이 뻘뻘 나고 숨이 턱턱 막혀 얼음까지 다 먹어갈 때쯤 세신 선생님이 들어왔다.
스파헤움에서는 욕조 반신욕과 1인 건식 사우나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은 목욕실에 위치한 욕조와 베드. (스파헤움 제공)
세신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자리에 눕자 걱정이 피어올랐다. 코로나 이후 목욕탕에 간 적 없다고 우려하는 기자에게 세신 선생님은 오히려 때가 안 나오면 더 힘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때밀이 수건에도 단계가 있다며 너무 아프지는 않은지, 강도는 적당한지 연신 반응을 확인하고 강약을 조절해가며 진행했다. 사람들은 ‘때밀이 아줌마’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경력 30년이고 일본에서도 10년 간 일했다고 말하는 세신 선생님은, 기자의 눈엔 ‘때밀이’가 아니라 그저 ‘기술자’로 보일 따름이었다.

1차 세신이 끝나자 곧바로 우유를 이용한 2차 세신이 시작됐다. 세신 선생님께 몸을 맡기니 민감한 피부에 좋다는 우유 세신도 금세 끝난 듯해 아쉬웠다. 더욱이 따뜻한 우유를 사용해 몸이 한층 더 노곤해졌다. 세신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 동안, 세신 선생님은 베드를 청소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헤움’의 모든 코스는 세신을 기본으로, 마사지가 추가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세신이 끝났으니 이제 마사지를 받을 차례. 노곤해진 몸에 따뜻한 스팀 타올을 올리고 이곳저곳 구석구석 혈자리를 눌러 지압하니 저절로 ‘으어 시원하다~’ 소리가 나왔다. 이어 차례로 오일 마사지와 칵테일 마사지를 진행했다. 오일은 익숙했지만 칵테일은 생소했던 터라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다. 대체로 오일 마사지와 유사했지만 칵테일 마사지는 시작하자 달달한 향이 나 기분이 산뜻해졌고 개인적으로 오일보다 끈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으로 효소클렌징과 샴푸, 수딩 마사지, 진정팩이 이어졌다. 클렌징과 수딩 마사지를 통해 몸과는 또 다른 세심한 손길의 얼굴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샴푸 역시 두피 마사지와 함께 진행되어 한층 더 시원하고 깨끗한 기분이 들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후끈한 목욕실에 있자니 얼굴에 열이 많이 올랐는데, 마지막으로 시원한 진정팩을 올려주니 비로소 마지막 하나가 남은 퍼즐이 완성된 느낌이었다. 진정팩까지 끝나고 마무리하려던 차에, 세신 선생님은 ‘3분 정도 더 해드릴 수 있는데 어느 곳을 원하시냐’며 끝까지 철저한 모습을 보여줬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파우더룸에는 시원한 주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평소에 ‘목욕 후엔 바나나우유지!’라고 생각하던 기자였지만 예쁜 잔에 담긴 빨간 주스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장소와 잘 어울렸고, 목욕 후 먹으니 달고 맛있을 수밖에. 구비된 전신 드라이기와 헤어 드라이기로 금방 몸과 머리를 말리고 나니 스스로도 살결이 부드러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개인 파우더룸에 주스가 준비되어 있다. (윤혜진 인턴기자)
체험해보니 입장부터 퇴장까지 프라이빗하게 이루어져 혼자 목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기자는 시설을 이용하는 90여 분 동안 직원을 제외한 다른 손님들을 전혀 마주치지 않았다. 더욱이 파우더룸과 목욕실은 이어져있지만 손님 출입문과 세신 선생님들 출입문이 달라, 목욕 전후로 100% 방해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혼자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오일이나 우유 등을 사용해 많이 미끄러운데, 움직일 때마다 손을 잡아주는 등 세심한 서비스들이 느껴졌다. 세신과 마사지 모두 강도와 세기 등에 대해 끊임없이 체크하는 것으로 보아 손님의 취향에 최대한 맞춰 진행하려 노력하는 점도 돋보였다. 사용하는 제품 역시 업체에서 직접 만든 것이라며 서비스 시작 전, 하나하나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것도 세심했다. 다만 목욕실과 개인 파우더룸이 미닫이문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다보니 목욕 후 청소하는 소리로 소란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1회가 끝날 때마다 그만큼 철저하게 청소하는 것으로 생각돼 믿음직스러웠다.

좋은 곳에 오면 가족이 생각난다는 말처럼 기자 역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스파 헤움 곽혜린 대표에 따르면 실제 방문객 중 모녀가 손잡고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단다. 주요 방문 연령대는 20~40대로 10대나 50대 이후는 모녀가 함께 오는 편이라고.

1회에 10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일회성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었으나 재방문 손님들은 2주에 한번 오는 비율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주일에 한번, 4~6주에 한번 등 꾸준히 오는 분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현재 1인 세신샵은 모두 여성 전용이다. 이에 남자 선배 기자가 왜 남성 전용은 없느냐고 시샘어린 질문을 했다. 곽 대표에 따르면 여성 전용이라고 붙어 있음에도 종종 남성분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수요는 분명히 있을 터. 그러나 그는 “1인 세신샵은 퇴폐업소가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자가 마사지샵 간다고 하면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린다고.

총평. 조용하고 깔끔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한 목욕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나를 위해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사우나나 마사지는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세신은 한국이 원조다. 최근 해외에서도 세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이 찾아오는 추세라고 하는데, 완연한 봄이 오기 전 한번 ‘때빼고 광내러’ 가보는 건 어떠실지.

인터뷰 / 곽혜린 스파헤움 대표
(스파헤움 제공)
Q. 1인 세신샵 창업을 언제,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요?

A. 목욕탕에서 세신을 떼어내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해왔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고객들도 원하고, 목욕탕 폐쇄로 인해 세신사들도 원하게 되어 해볼 만하겠다 싶어 창업하게 됐다.

Q. 서비스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일반 목욕탕이나 마사지숍과 비교해 차이점이 있다면?

A. ‘입욕-세신-스팀타올-오일마사지-샴푸-페이스클렌징-수딩마사지-진정팩’ 순서로 모든 코스가 동일하다. 다만 코스별로 시간 차이, 보습 겸 마사지 제품에 차이가 있으며 우유 사용 유무의 차이가 있다. 헤움에서는 칵테일코스(85분·12만원)과 리얼 골드 코스(85분·14만원)이 가장 인기가 많다. 처음에는 프라이빗하게 세신을 받는 곳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신과 마사지를 함께 하는 중간 개념이 되었다. 그래도 마사지는 보조 역할이며 특별한 목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Q. 평균 방문자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이용요금은 일반 목욕탕 서비스 비용 대비 어떻게 책정한 것인지.

A. 헤움에는 4개의 룸이 있는데 전부 풀예약이 되면 하루 32명을 받을 수 있다. 금토일월화는 하루 28~30명 정도 예약이 찬다. 수목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인데 20명 정도 된다. 대중 목욕탕은 세신을 받지 않아도 기본 입장료가 있다. 때문에 입장료와 세신비가 합쳐지는 것이라면 헤움의 경우 입장료가 없다. 한정적인 고객을 프라이빗 하게 서비스한다는 것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

Q. 창업해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창업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1억에서 1억5000만원 내로 창업을 많이 한다. 헤움의 경우 보증금 포함 초기자본 3억이 들었다. 이후 이것저것 간단히 자잘하게 손보면서 총 4억 정도 들었다. 2021년 12월 가오픈을 하고 2022년 1월 초중순 정식오픈을 했는데 약 1년만인 작년 말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Q.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키울 생각이신지요?

A. ‘조용하게 때 밀고 목욕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창업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외국에서 세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광객이나 외국 분들도 꽤 오기 시작했다. 헤움은 앞으로 목욕과 관계되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추가하여 토탈 목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Q. 외국인의 경우 얼마나 방문하는지?

A. 물리적 거리상 일본인 고객이 가장 많다. 비율을 봤을 때 일본 6, 미국 2~3, 기타 1 정도 되는 것 같다. 지난해 추석이 지나고서부터 간간히 오기 시작하더니 올해 1월은 10프로 정도는 외국인 손님이다. 작년 겨울 쯤부터 일본에서 촬영·잡지·인터뷰 등의 요청이 오기 시작했으며 인스타나 카톡, 호텔 등에서 연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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