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리는데 사게 된다?...K패션 ‘인스턴트펑크’ 역발상 전략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성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5@mk.co.kr) 2023. 3.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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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거슬리는데? 어디서 봤더라?’

패션 브랜드 ‘인스턴트펑크’ 제품을 본 이들의 공통된 평이다. 제품 대부분에 민트색 태그가 달려 있다든지 기타피크가 코트 단추나 니트 가디건 등에 붙어 있는 식이다. 홈페이지를 가봐도 민트색 일변도다. 뭔가 거슬리면서도 생각이 난다면 인스턴트펑크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 설명.

인스턴트펑크는 민트색 태그, 기타피크 등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스턴트펑크 제공)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하다는 걸까? 사람들이 옷을 봤을 때 ‘거슬림’을 줬던 것이 매출로 이어져서다. 지난해 인스턴트펑크는 전년 대비 160% 신장,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창업자는 김지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5년 당시 스타일리스트였던 그는 인스턴트펑크를 통해 트렌디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마음먹고 창업에 나섰다. 특히 데님을 활용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요즘 세대에게 ‘데님 맛집’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브랜드명 인스턴트펑크는 인스턴트(Instant)와 펑크(Funk)라는 전혀 다른 두 단어를 합쳐 ‘새로운 것을 접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스턴트펑크 제품 대부분에서 민트색 태그를 찾아볼 수 있다. (인스턴트펑크 제공)
인스턴트펑크가 물론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17년까지는 온라인에서 팔던 150만원짜리 무스탕 하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정도다. 그러다 2018년 패션 전문 투자 기업인 슈퍼홀릭으로부터 1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하면서 회사 상황이 바뀌었다. 경영도 김락근 대표가 맡기 시작하면서 자리가 잡혀갔다. 매년 두 자릿수 % 성장을 거듭하는 인스턴트펑크의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경영에 나선 이후 가장 먼저 펼친 브랜딩 전략은 무엇인가.

A. 가장 먼저 민트색이라는 브랜딩 컬러를 잡았다. 누가 봐도 인스턴트펑크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시각적 포인트를 담으려 했다. 합류 당시 모든 브랜드들이 다 숏 기장의 무스탕을 팔 때 인스턴트펑크만 롱 기장을 판매했다. 브랜드 로고가 적혀 있지 않아도 ‘저거 인스턴트펑크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을 정도였다. 거기서 착안했다. ‘어디서 봤던 건데’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Q. 이외에도 브랜드 운영 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사실 인플루언서, 고객들과의 관계 맺음이 마케팅 활동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을 일례로 들자면, 보통 팬덤이라고 하면 아이돌과 팬 사이의 관계만 생각하는데 동일한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끼리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팬끼리의 관계가 팬덤을 훨씬 강력하게 만든다.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마케팅하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을 때 정말 많은 셀럽과 인플루언서를 초대했었다. 인스턴트펑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개받는 과정에서 이들 사이가 더 견고해지는 걸 느꼈다. 실제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 자리 사람 옷의 인펑 로고를 보고 ‘인펑(인스턴트펑크) 입으셨네요’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는 일화도 직접 들은 적 있다. SPA나 다른 브랜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팬덤 형성이 인스턴트펑크라는 브랜드 에셋을 쌓아가는 과정이고 앞으로도 이 부분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Q.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면서도 오프라인 매장이 적은 게 아쉬운데.

A. 사실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얼마 안 됐다. 우리도 최근 행사를 통해서 힌트를 얻었고 이를 어떻게 구체화시킬지 아직 고민이 많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오프라인 행사를 여러 방면에서 시도할 예정이다. 다만 제품 판매를 위해 무분별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싶지는 않다. 인스턴트펑크를 좋아해주는 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인스턴트펑크는 올해 오프라인 거점을 늘릴 계획이다. (인스턴트펑크 제공)
Q.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하다.

A. 올해 가장 큰 목표가 해외 진출이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요청이 있었지만 참아왔었다. 국내 인지도를 쌓은 이후에 해외에 나가는 게 순서적으로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브랜드 에셋이 제대로 만들어 있지 않은 브랜드가 우연히 좋은 셀러를 만나 반짝 잘됐지만 금방 꺼지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쌓였다는 개인적인 기준이 연매출 100억원이었고, 인스턴트펑크는 지금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브랜드를 꼽으라 했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한다. 특히 2022년 11월 중국 상하이 팝업을 직접 다녀오면서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느끼고 왔다. ‘이건 된다’는 확신이 들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Q. 경영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A. 어려운 점은 너무 많다. 패션 자체가 정말 어려운 시장이다. 패션은 적어도 6개월 전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제품 생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 6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생산비로 쏟아붓는 것이 반복된다. 또 제품 하나가 잘됐다고 그걸 1년 내내 팔 수 없다.

마케팅도 어려움이 많다. 요즘 브랜드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디지털 콘텐츠인데 하나의 콘텐츠로 남녀노소 모두를 겨냥할 수 없다. 통상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이 입은 옷을 보고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 업계에서 패션업계로 발을 들였다가 포기한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혹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어려운 시장이니 각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스턴트펑크 제공)
Q.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나가고 싶은가.

A. 지금까지 인스턴트펑크를 운영하면서 참고했던 브랜드가 거의 없다. 항상 우리가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느낌이었고 그러다 보니 관성을 거스르는 일을 계속해왔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고민과 두려움은 계속 있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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