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0교시’ 부활 조짐…엉덩이 붙이고 있으면 공부 습관 생긴다?
사라졌던 고교 야간자율학습(야자), 0교시(8시 이전 등교) 등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학력격차·학습결손 대안으로 학교 보충학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보충학습이 학생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공부를 더 하니까 아이들 학력 올라갈 것”
최근 야자 부활 논란에 불을 지핀 지역은 강원도다. 강원도교육청은 오는 21일까지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문화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교 모집에 나섰다. 기숙사 내실화, 고3 대학별 고사 등 학력신장을 위한 7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희망 학생 방과 후 자율학습’이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야자가 학력신장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교육감은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에 그동안 강원교육청이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며 “공부를 더 하니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아이들 학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강제성 논란에 대해선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만 이뤄진다”며 “강원도는 학습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학습장소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광주에서는 0교시 부활 논란이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는 광주교육청이 0교시 부활 금지 지침이 담긴 ‘정규교육과정 외 교육활동 기본계획’을 폐지해 사실상 0교시 및 야간보충학습을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조사 결과 지역 인문계 고교 51개 중 6개교가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에서 오전 8시 이전으로 앞당겼고,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도 13곳이었다. 광주교육청은 “기본계획이 학교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의견 때문에 폐지한 것일 뿐”이라며 “0교시를 시행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통해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야자, 사교육 부담 덜고 학습 보충 가능”
야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였다. 특히 강제 야자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고 학생 인권이 강조됐던 2010년 중반 이후 대부분 사라졌다. 2016년 당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017년부터 경기 모든 고등학교의 야자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입시, 성적, 성과 위주의 경쟁적 교육이 ‘야자’라는 이름의 비인간·비교육적 제도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학생 자율에 맡겼던 만큼 일부 학교에서는 꾸준히 야자를 진행해왔다.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해당 학교들의 주장이다. 오후 10시까지 야자를 운영하는 경기 군포의 한 고교 교장은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있으면 공부습관 생긴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성취 수준이 올라가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학교 보충학습이 사교육 부담을 덜고 학력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기 수원의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서울이야 스터디카페도 많고 학원도 잘 돼 있지만, 지역에는 그런 게 많이 없어서 사실상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뿐”이라며 “학생 인권과 자율교육도 좋지만, 마냥 자율에만 맡기면 서울의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사교육을 많이 받아 더 유리해지고 그렇지 않은 지역의 아이들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학습결손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치인 26조 원을 기록했다.
“대입을 위한 교육, 학교 역할 아냐”
보충학습이 학습결손·학력격차 해소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는 “학생들이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야자가 학습 보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아·초등교육부터 역량중심 교육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기초학력 교육을 강화해야지, 보충학습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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