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성악가, 뮤지컬 같은 무대...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
뮤지컬 무대·영상 디자이너 조수현, 판타지적 요소 구현
이병욱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로맹 롤랑은 “이 오페라에서는 모든 것이 빛이다. 빛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 얘기다.
서울시오페라단이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마술피리’를 공연한다. 유수의 콩쿠르 출신 스타 성악가들이 총출동해 관심을 모은다. 파미나에 소프라노 김순영·황수미, 타미노에 테너 박성근·김건우, 밤의여왕에 소프라노 유성녀·김효영, 자라스트로에 베이스 임철민·이준석, 파파게노에 바리톤 양준모·김기훈, 파파게나에 소프라노 신혜리·김동연 등이 출연한다.
A캐스트와 B캐스트, 어느 공연을 볼지 고민에 빠질 듯하다. 이병욱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마술피리’는 2001년 이후 22년만이다.
‘마술피리’는 징슈필(Singspiel)이다. 독일어 뜻 그대로 '노래로 된 연극'이다. 18세기 후반부터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서민적 오페라다. 독일어 구어체 대사와 노래를 풍부하게 사용했고 희극적인 주제를 많이 다뤘다.
징슈필 극장이었던 빈 교외 프라이하우스 테아터의 감독 엠마누엘 쉬카네더는 이 극장에서 공연할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고 모차르트에게 자신이 직접 쓴 ‘마술피리’ 대본을 내밀었다. 큰 뱀에게 쫓기던 이집트 왕자 타미노가 자신을 구해준 세 시녀를 통해 밤의 여왕을 만난다.
타미노는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가 자라스트로에게 납치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구출하기로 한다. 밤의 여왕이 건네주는 마술피리를 갖고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공주를 찾아 나선다. 타미노는 악당인 줄 알았던 자라스트로가 사실 의로운 사제이고 여왕이 악인임을 알게 된다.
타미노와 파미나는 고초를 이겨내고 사랑의 승리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시민 계급이 대다수였던 당시 빈 청중의 취향을 간파한 쉬카네더의 흥행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1791년 초연부터 성공이었고 1792년 100회 공연을 할 정도로 히트를 기록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이프덴’ ‘젠틀맨스 가이드’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연극과 뮤지컬의 무대·영상 디자이너로 활약중인 조수현이 맡았다. 극, 음악, 비주얼 아트 간의 섬세한 교감으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무대에 구현할 예정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를 성장과 승화로 해석했다”는 조수현은 “인물들의 서사부터 시각적 표현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려 했다. 어둠에서 빛으로 이동하는 움직임과 같은 수직적 상승은 선이 악을, 진리가 거짓을 몰아낸다는 작품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는 간담회 및 연습공개가 있었다. 기자들과 만난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오페라를 만들고자 영상으로 유명한 조수현 연출과 함께한다”며 “현대적인 색채를 입혀 정통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쉽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9월에는 야외 오페라 ‘카르멘’, 10월에는 ‘투란도트’, 12월에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양준모는 “17년간 유럽 생활에서 모차르트 오페라가 데뷔작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음악 인생에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오페라 부파(희극)로 시작해 무거운 역할로 넘어갔기 때문에 재미있는 부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관객들에게 저를 보여드리고자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역시 파파게노를 맡은 바리톤 김기훈은 “직속 선배인 양준모와 여러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차르트가 처음이라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재밌게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그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김순영은 “대학교 3학년 때 여의도 KBS홀에서 데뷔한 작품이 파미나여서 기대하고 있다. 영상을 활용한 연출, 훌륭한 선생님들과 함께해 기쁘다”고 했다. 그는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역으로 주목받았다.
역시 파미나를 부르는 황수미는 “제게도 파미나 역은 독일에서 데뷔를 했던 작품이라 소중한 배역이다. 이번 마술피리 공연이 한국에서 갖는 오페라 데뷔무대로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수미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잘 알려진 성악가다.
23시즌째 독일 하노버 극장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중인 타미노 역 테너 박상근은 “타미노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불렀지만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며 “유럽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제작 준비가 잘 됐고, 연습 분위기도 꽤 좋다. 관객의 즐거움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역시 타미노를 부르는 테너 김건우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우승자 출신이다. 런던에 살고 있다는 그는 “오랜만에 황수미, 김기훈 등 걸출한 한국인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콜로라투라 가창으로 손꼽히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 때문에 누가 밤의 여왕을 부를 지도 기대 포인트. TV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화제가 된 유성녀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에릭&도미니크 라퐁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프랑크푸르트 극장에서 활동 중인 김효영이 출연한다. 김효영은 “파미나와 파파게나를 불러봤는데 이번에 밤의 여왕까지 부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했다.
박혜진 단장은 “화려하고 새로운 뮤지컬의 느낌을 살렸다. 영상을 활용해 동화 속에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고 싶다. 타미노를 위협하는 뱀 등에서 3D영화 같은 효과도 있다. 작은 예산 안에서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마술피리' 1막 시연에서 황수미(파미나), 김건우(타미노), 김기훈(파파게노), 김효영(밤의 여왕) 등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정상급 가창과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레치타티보 부분을 요즘 쓰는 우리말로 재치있게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목·금 19:30/토·일 15:00)에서 공연한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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