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안 거치는 OTT 등급 분류…자율성에 따른 막중한 책임감 필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전체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등의 콘텐츠 시청 등급을 직접 결정하는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된다. OTT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법 개정에 따라 이달 28일 본격 시행될 예정인 제도로, 영등위는 사전 교육 등을 통해 올해 5월, 8월,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갖는 OTT 사업자를 지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OTT 콘텐츠 시청 등급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체부 산하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통해 매겨졌다.
그러나 국내 OTT 플랫폼 수가 늘어나고, 콘텐츠의 수가 급증하면서 영등위의 등급 분류가 지체돼 서비스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사례들도 적잖았다. 실제로 지난해 영상물등급분류연감에 따르면, 2021년 대상 비디오물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1만6167건에 달했다. 특히나 전 세계에 동시에 송출되는 라이브 콘텐츠의 경우 영등위 심의를 거치면 다른 국가와 같은 시기에 서비스가 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콘텐츠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방송사에서 제작해 TV 채널에 방영된 프로그램은 방송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시청 등급을 매기기 때문에 향후 VOD 등 비디오물로 유통할 때는 영등위 사전 등급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됐다. 사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만 받는다. 반면 방송 프로그램과 같은 유형의 콘텐츠임에도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전 심의를 받느라 한 달이나 늦게 개봉되는 등 시의성을 놓친다는 점에서 업계 불만이 고조됐다.
때문에 이번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통해 콘텐츠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다. 한 OTT 관계자는 “심사가 지체되면서 콘텐츠를 적시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는데, 이용자들 입장에선 ‘왜 서비스를 제때 안하냐’고 불만을 터뜨리게 된다. 공개일은 이용자와의 약속인데 심사로 인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되면 일정에 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명 OTT 입장에서 반길 일이지만, 우려도 있다. 한 예로 최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피해 사례를 보여주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선정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 역시 모방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되면 유해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OTT는 인증 이후에 별다른 제약이 없어 청소년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막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영등위가 실시한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 64.8%가 OTT 업체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등급을 낮춰서 분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65%에 달했다.
OTT 사업자들과 문체부, 영등위 등도 이런 우려를 직시하고 있다. 영등위 역시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후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계획도 발표했다. OTT 사업자들 역시 “대중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OTT 사업자들도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고 적절한 등급에 대해 내외부적인 조율을 거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율성이 주어진 만큼, 그에 따른 OTT 사업자들의 책임감도 무겁게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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