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왜 못막았나" 美 금융당국에 책임론 제기

박근아 2023. 3. 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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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은행권 위기,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을까?"

미국 사회에서 이 질문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상의 파산 절차에 들어간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지난 5년간 급성장하는 와중에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전문가와 의회, 전직 당국자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을 고객으로 삼아 급속도로 성장한 SV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위기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더 일찍 개입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SVB의 회계장부를 세심히 들여다봤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진 규제 완화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2009∼201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활동한 대니얼 터룰로 하버드법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자금 조달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은행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한 은행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관리당국의 실패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전날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SVB와 시그니처은행 사태와 관련한 규제당국의 역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 두 은행의 붕괴를 초래한 문제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은행들이 위험을 관리하도록 규제체제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규제당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연준은 SVB의 감독과 규제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 5월 1일까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연준의 책임이 큰 상황에서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키어스틴 시너마(무소속·애리조나)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이끄는 여야 의원들은 개별 투자자들도 파악한 SVB의 위기 징후를 연준이 놓쳤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연준의 해명을 요구했다.

SVB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인가를 받았고 연준 시스템에 속해 있어 캘리포니아주와 연방 당국 양쪽의 감독 대상이다.

이는 규제당국이 얼마든지 SVB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고 은행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WP는 지적했다.

에런 클라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준과 SVB를 관할하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이 SVB의 폭발적인 성장과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예금의 높은 비중, 대출 시도 등 "엄청난 위험 신호(red flags)"를 포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작년 말에 SVB는 최후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여겨지는 연준 재할인창구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빌린 은행이었지만 이런 징후에도 연준은 개입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특히 의회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재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도입해 은행 규제를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는데도 일어난 만큼 자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의회가 2018년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는 은행의 자산 규모 기준을 500억달러 이상에서 2천500억달러 이상으로 완화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당시 SVB의 자산 규모는 2017년 말 512억달러로,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더 엄격한 감독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레그 베커 SVB CEO가 2018년 SVB 급성장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스트레스 테스트 완화법 통과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전했다.

또 베커 CEO가 2019년부터 SVB가 폐쇄될 때까지 9명으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이사회 멤버였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지역 은행 감시 기관으로 SVB도 그 대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지난해 초 SVB 경영의 문제점을 발견해 경고하고 지난해 말에는 붕괴의 원인이 된 금리 리스크 대응 방안의 개선을 지적했다.경영진은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더 큰 제재를 피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SVB는 그렇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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