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도 낮은데…난자 냉동하다 입원까지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2023. 3.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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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수진 기자]

30대 후반 A씨는 최근 난자 냉동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나와 닮은 아이를 꼭 가지고 싶은데, 아직 미혼이라 건강할 때 난자를 보관하고 싶어서'란 이유다. 그러나 A씨는 난자 냉동이 힘든 경험이었다고 토로했다.

"'뿅' 하고 난자가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무슨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고, 주사 맞은 부위는 가렵고, 배는 빵빵하게 부풀어오르고. 난자 냉동에 이렇게 힘든 과정이 있다고는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았어요. 요즘 많이들 한다고만 그랬지…과학과 의술은 발전하는데 왜 이쪽은 그대로일까요." A씨는 난자 냉동을 고려한다면 채취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비용 대비 만족도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보다 폭발적 증가, 문턱 낮아져 난자 냉동은 더 이상 특이한 시술이 아니다.

'자녀 생각은 있지만, 결혼하지 않았다' '지금은 출산·양육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내가 하루라도 젊을 때 난자를 얼리겠다' 등 이유는 다양하다. 저출산 지원과 맞출려 서울시는 최근 20~40대 여성의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지원에는 미혼 여성도 포함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에 냉동된 난자는 5,839개였지만 2019년 3만 4,168개로 6배 늘었다. 차병원 기준으로 2021년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건은 1,194건이다. 10년 전에는 9건에 불과했던 건 수를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대중이 인식하는 난자 냉동의 문턱도 낮아졌다.

실제로 난자 냉동은 미래에 임신·출산을 고려하는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해 효과적이다. 서울시가 난자 냉동 지원을 발표한 이유도 '장래 출산 가능성에 투자하는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치료로 조기폐경 가능성이 있는 환자 등 신체적 한계가 있지만 미래에 출산을 원하는 여성에게 난자 냉동은 꼭 필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부작용 충분히 알고 시도를…비용도 만만찮다 그러나 난자 냉동을 '손쉽게 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긍정하기 어렵다. ▲과배란 부작용 ▲과정이 복잡함 ▲고가의 비용 등이 이유다.

특히 과배란 부작용을 제대로 알고 난자 냉동을 시도하는 사람은 잘 없다. 현재로서는 난자 냉동에 힘든 과정이 동반되는 셈이다.

난자 냉동을 위해서는 난자를 먼저 채취하는데, 긴 바늘을 이용해 난소를 찔러야 해 자주 시행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배란하는 난자는 1개에 불과하지만, 자주 시행하기 어려우니 가능한 많은 난자를 몸에서 키워 한 번에 채취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게 호르몬 주사다.

송동화 동화산부인과 원장(산부인과 툰 저자)는 "난자 채취를 위해 호르몬 주사 사용으로 생기는 주사부위 통증·가려움은 각각 42%, 25% 정도로 흔하며 피하 출혈같은 피부질환은 20% 정도"라며 "두통·오심을 호소하는 환자도 꽤 있다"고 말했다.

과배란을 위한 호르몬 주사 사용이 아무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환자도 많지만, 100명중 1~2명은 '과배란증후군(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고생한다. 난자는 난포 속 간질액이란 액체에서 성숙되는데, 호르몬 주사로 과도하게 자극되면 간질액이 많아지면서 복강으로 넘쳐 복수(腹水)가 찬다.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으로 과배란증후군 위험이 있는 환자는 호르몬 주사의 용량을 3분의 1, 4분의 1 정도로 줄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과배란증후군을 100% 예방하기는 어렵다.

송동화 원장은 "증상이 심해지면 신부전, 호흡곤란, 난소출혈, 혈전증 등 복수로 인한 동반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생명에 지장이 생길만큼 심해져 입원을 시킨 경우를 봤다"며 "산모처럼 배가 복수로 크게 부풀고, 환자가 식사도 못해 1주일씩 고생하는데 복수를 주사로 빼면 좋지 않다는 연구가 있어 빠른 해결이 안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해당 부작용은 난자 냉동 뿐 아니라 시험관 아기 시술 등에서도 같은 원리로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시험관 아기 시술 시도 과정에서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응급실을 가기도 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성공하면 임신·출산으로 빠르게 이어지만, 난자 냉동은 '언제 쓰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실제로 폐기되는 냉동 난자 비율이 만만치 않다. 냉동·해동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폐기되기도 하고, 난자를 맡겼지만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냉동된 전체 난자의 3~7%만 사용된다는 조사도 있다.

가격도 고가다. 병원마다, 난자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오래 보관할지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 채취에 300~500만 원 정도 든다. 보관 비용도 따로다.

●난자 냉동 늘어날 예정…더 발전해야

가임력을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난자 냉동도 활발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과정이 힘들고, 여전히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며, 가격도 비싸다면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출산율도 낮은데, 사용자 중심의 기술 발전과 제도 지원이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정민형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가임력 보존을 중요한 이슈로 보고 있고, 앞으로 난자 냉동을 원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좀 더 부작용이 적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발전해야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허윤정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는 난자 냉동이 흔하지 않았고 관심도 적었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며 "과배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성숙 난자를 채취해서 쓰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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