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입에서 "커뮤" 나왔다…'69시간'에 폭탄던진 '기절시간표'
‘커뮤니티 여론’이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근로시간 개편안을 흔들고 있다. 정부의 최고정책심의기관이라 불리는 국무회의에서도 커뮤니티 여론이 화두에 오를 정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국무회의 주재 뒤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노동시간이 커뮤니티를 달구는데 며칠간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여론 확산 기능이 점점 SNS와 커뮤니티로 옮겨가고 있다”며 현장에 있던 장·차관을 질책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14일)”→“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16일)”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커뮤니티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빗발친 부정적 여론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여론’이란 최소 수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메가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글이 형성하는 여론을 뜻하는 말이다. 웹 커뮤니티의 시초라 불리는 디시인사이드부터 MLB파크와 오늘의유머·에펨코리아 등 대형 웹사이트와 맘카페·부동산 카페 등이 커뮤니티 여론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국무총리가 나서 커뮤니티를 언급하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커뮤니티가 여론의 중요한 풍향계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2030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창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캠프에선 커뮤니티 전담팀을 운영했다. 이런 기조를 이어받아 대통령실에도 커뮤니티 여론 수집을 전담하는 행정관이 근무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분출된 주장이 오프라인, 즉 실제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이번 노동시간 개편도 커뮤니티 여론이 전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온라인서 폭발적 반응을 얻은 ‘기절 시간표’다. 한 주간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토록 한 정부의 정책을 비꼬며 한 인터넷 사용자가 만든 달력인데, 과로로 인해 퇴근 뒤 주말에 ‘종일 기절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 공감을 얻었다. 고용노동부에서 ‘거짓 없는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를 만들어 SNS에 공유하며 반박했지만, 평일엔 10.5시간씩, 토요일엔 9시간 근무하는 내용이 들어가 오히려 역풍을 초래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커뮤니티 여론이 실제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뮤니티가 진영에 따라 사용자가 명확히 갈리기 때문에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고, 소수의 빅마우스 사용자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노동시간 개편안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비난만 하는 글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커뮤니티 여론이 왜곡된 여론일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는다”면서도 “노동시간 개편안의 경우 MZ세대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비판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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