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둥지 벗어나 다시 날아오를 때를 준비하며

박효진 2023. 3.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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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사모로 살아가는 요즘 주일의 일상이 사뭇 달라졌다.

정장 차림 대신 캐주얼한 복장으로 교회에 가는 남편의 모습, 내 옆자리에 앉아 함께 예배드리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다.

섬기던 교회를 떠나 새롭게 부임한 교회에서 사모로 불리며 낯설어하는 내가 걱정됐던 남편은 손을 잡고 교회 곳곳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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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척교회 예비 사모다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사모로 살아가는 요즘 주일의 일상이 사뭇 달라졌다. 정장 차림 대신 캐주얼한 복장으로 교회에 가는 남편의 모습, 내 옆자리에 앉아 함께 예배드리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시간이다. 예배를 마친 뒤에는 함께 손을 잡고 유아부실에 아이를 데리러 가고, 교회 식당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점심을 먹는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목회자 가족에게는 너무나 선물 같은 시간이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시간을 더욱 소중히 기억하고 누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득 사모로 첫 발걸음을 뗐을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남편과 결혼 후 부임한 교회에서 처음으로 나는 성도들에게 사모라고 불렸다. 청년 시절 덜렁대고 좌충우돌 천방지축이었던 딸이 걱정됐던 친정어머니는 “이제 사모가 됐으니 매사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성도들에게 사모라고 불리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사모로 처음 시작한 주일 예배를 마친 뒤의 일이다. 섬기던 교회를 떠나 새롭게 부임한 교회에서 사모로 불리며 낯설어하는 내가 걱정됐던 남편은 손을 잡고 교회 곳곳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선배 사모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 “교회에서 사모는 목회자인 남편과 손을 잡고 다녀선 안 되고, 식사도 함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왜 교회에서 손을 잡으면 안 되나요?”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만난 담임 목사님으로부터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박 사모, 주일에는 ‘내 남편은 없다’ ‘나는 남편이 없는 여자다’ 여기고 살아야 합니다. 주일에 목회자는 성도들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니까요. 잘 할 수 있지요?”

‘아, 이건 내가 결혼 전 꿈꿔왔던 가정의 모습이 아닌데….’ 목회자들은 신학대학원에서 준비과정을 거치는데 갑자기 사모가 된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그 뒤로 정말 나는 남편 없는 여자가 됐다. 늘 혼자 예배를 드려야 했고 식사도 거의 혼밥(혼자서 밥을 먹는 것)을 해야 했다. 외로움에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세월이 흘러 사모라는 직분의 무거움도 알게 됐지만, 이제는 내공이 생겨 불편함이나 외로움도 웃으며 감당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좌절과 외로움, 불편함, 실패의 시간마다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하며 그분의 도우심에 힘입어 여기까지 오게 하신 가르침이 있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독수리는 새끼에게 날갯짓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둥지를 편안하게 유지하기 위해 깔아둔 부드러운 깃털과 잔가지들을 둥지 밖으로 던져버린다고 한다. 둥지가 불편해진 새끼 독수리는 자연스럽게 첫 날갯짓을 시도하는데, 대부분 날지 못하고 추락한다. 이때 어미 독수리는 적당한 때에 떨어지는 새끼 독수리를 자신의 날개 위에 얹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이런 반복된 훈련 끝에 새끼 독수리는 하늘의 제왕 맹금이 된다.

어미 독수리처럼 하나님은 사모들을 훈련하고 성장시키신다. 개척교회를 준비하는 요즘 가장 크게 달라진 주일의 일상, 하지만 곧 이 편한 둥지를 벗어나 다시 날갯짓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또 많은 실패와 시련이 닥치겠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하게 힘찬 믿음의 날개를 펄럭여보려 한다. 우리의 개척의 길에도 단련하시고 감당케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당당히 나아가 본다. 그래 이제 나는 개척교회 사모다.

“마치 독수리가 자기의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자기의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의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의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 여호와께서 그를 인도하셨고 그와 함께 한 다른 신이 없었도다.”(신 32:11~12)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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