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일 넘어 숭일”“내선일체 떠올라” 대일 외교 총공세
더불어민주당은 17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맹비난하며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규탄에 당력을 집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대해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그야말로 항복식 같은 참담한 모습이었다”며 “영업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거 아니냐는 지적조차도 전혀 틀린 지적 같지 않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이쯤 되면 친일 논쟁을 넘어서서 숭일(崇日) 논쟁이 벌어질 지경”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 회의장엔 태극기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는데, “재판 준비는 어떻게 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재판도 중요한데 한일외교가 이렇게 망가진 것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일각의 당 운영 변화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질문에도 “굴욕적인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회의서 “임기가 4년 남은 한시적 대통령이 한일 양국의 식민 역사를 영원히 봉인이라도 하겠다는 듯 일본이 바라는 바대로 말하고 움직였다”며 “강제징용 굴복에 이어 위안부 문제까지 국민 자존감과 역사 인식을 헐값에 팔아 일본 정부의 편에 선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다른 의원도 가세했다. 친문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익과 일본의 국익이 사실상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며 “일제강점기 시절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내선일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본토를 내지(內地)로, 조선을 선(鮮)으로 부르면서 양 국민이 일치돼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표어다.
김상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이러다 독도까지 내줄 겁니까’‘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나라 자존심부터 팝니까’ 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의 대일 외교를 규탄했다. 김 위원장은 시위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80년 고통을 대통령이 짓밟고 일본 총리에게 조공 바치듯 항복 문서를 바쳤다”고 주장했다. 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도 시위에 참석해 “백척간두에 선 마음으로, 예전에는 총칼과 거북선을 가지고 왜적을 물리쳤다면 지금은 민주당의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 정치로 헤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일굴욕외교 규탄 범국민 대회’ 포스터를 올린 뒤 “어제의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며 “토요일(18일)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지난주 규탄 집회에도 참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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