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적이 되어 대팍에 돌아오는 정태욱 "하늘색 동화 덕에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서호정 기자 2023. 3.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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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정태욱은 새 소속팀 전북현대에서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1라운드에 후반 26분 교체 투입, 2라운드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던 그는 3라운드 광주전에 홍정호와 함께 선발 출전해 팀의 무실점과 첫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후반 공중볼 경합에서 압도하며 광주의 공격 시도를 무마시켰다. 그 결과 전북 소속으로 첫 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이제 정태욱을 기다리는 것은 생애 첫 대팍 원정이다. 2019년 대구 유니폼을 입은 정태욱은 대팍(DGB대구은행파크)이 탄생한 뒤 오직 홈 경기만을 치렀던 선수다. 대구 원정 자체는 제주유나이티드 시절 치른 적이 있지만, 대팍으로 가는 것은 녹색 유니폼을 입고 처음 겪는 경험이다. 정태욱은 "대구 덕분에 이만큼 성장해 전북으로 올 수 있었다. 대구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왔다. 경기 중에는 최선을 다 하고, 경기 후 가족 같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북 입성 후의 적응, 데뷔전을 비롯한 경기 이야기, 전 소속팀 대구에 대한 감사한 마음 등을 나눠 본 정태욱과의 인터뷰다. 


- 1월 중순에 이적이 결론 나고 전북의 스페인 전지훈련에 합류했습니다. 여러모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합류하다 보니까 적응하는 부분을 걱정했죠.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 한 친구들이 많아 다행이었어요. 대구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하다가 들어와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어요. 팀이 원하는 것을 빨리 캐치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일단 전북의 경우 훈련을 실전처럼 임하니까 동료들을 보며 저 템포를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습니다. 볼 소유가 많은 팀이니까 그 부분에 대한 플레이와 생각 역시 준비를 많이 해야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 전북과 대구는 축구 스타일이 다르고, 경기 중 겪는 상황이 대조적이라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요?
어려움보다는 다르다가 맞는 표현 같아요. 대구의 경우 뒤쪽에서 숫자를 확보하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며 역습을 노리는 팀이라면, 전북은 그 역습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수비 때 숫자가 적은 상황이 많아집니다. 위치 선정을 잘 해서 안정적으로 상대 역습을 끊고, 그 다음에 우리 입장에서 유용하게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해 내는 걸 고려해야 하죠. 전북에서는 또 하나 더해진 어려움이 있는데, 상대팀이 더 저돌적으로 덤비니까 막는 입장에서 숨 돌릴 틈이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다 이겨내야 하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 장신 수비수에게 흔히 붙는 '빌드업이 약하다'는 편견이 정태욱 선수에게도 따라 붙는 거 같아요.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2년 사이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도 있고요.
저도 그 부분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최근 와서 김상식 감독님이 빌드업에 대해서는 심플하게 생각하라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센터백이 다 책임질 순 없다며 제가 킬러 패스나 사이드 전환을 모두 잘 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셨어요. 안정적으로 사이드에 주고, 앞에 있는 미드필더에게 주는 게 기본이라고… 그 얘기를 듣고 생각이 좀 편해졌어요. 저보다는 미드필더와 사이드백들이 당연히 공을 더 잘 차고, 소유를 잘 해줄 수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빌드업은 안정감을 1번으로 삼고 그 다음 신속하게 좋은 위치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저보다 공을 잘 차는 동료들에게 역할을 부탁하고, 저는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그 선수들을 위해 해주면 된다고 받아들였어요.


- 울산과의 1라운드에서는 후반 중반에 투입이 됐습니다. 3백 상황 같은데 오른쪽 윙백처럼 움직이더라고요.  
제가 들어가면서 스리백 상황으로 전환을 했어요. 그때 팀이 1골 차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 사이드백을 빼고 윙어를 추가했죠. 그래서 제가 압박을 할 때나 공격을 할 때 의도적으로 위쪽에서 하려고 했어요. 막판에 우리가 공격하는 상황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풀려고 했던 건데 사실 잘 안 됐어요. 제가 부족하다 보니 그 상황에서 팀이 의도했던 걸 다 못했던 거 같아요. 아쉬움이 남았던 경기였습니다. 


- 수원전은 후반을 온전히 소화했고, 광주와의 3라운드에 드디어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광주전 후반의 대활약은 정태욱은 4백도 충분히 잘 한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저는 3백과 4백 둘 다 문제없어요. 그 전에 연령별 대표팀, 특히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계속 포백이라는 전술을 해 왔거든요. 몸으로 경험하며 쌓인 것들은 쉽게 까 먹지 않아요. 물론 대구에서는 긴 시간 3백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저를 맞춰야 했죠. 전북은 4백이 주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속 머리 속으로 생각해요. 팀에서 함께 하는 (홍)정호형, (박)진섭이 형, (윤)영선이 형, (구)자룡이 형과 꾸준히 대화를 나누면서 역할을 되새기고요. 발전을 해 가는 상황 같아요. 



- 대구에서 전북으로 오면서 이적료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큰 이적료는 부담감으로 비례하나요?
선수로서 저를 믿고 영입해준 것에 감사했죠. 부담감보다는 제가 전북에서 어떻게 더 좋은 그림을 그려갈 지 기대를 하고 있어요. 팀이 계획하는 것에 잘 녹아들면 그게 제 미래와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도 긍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겁니다. 그걸 위해 선수들은 보통 이적이라는 선택을 하니까요. 전북의 큰 그림을 완성하려면 답은 나와 있어요. 제가 더 노력하고, 준비해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 한 동료들이 지금 전북에 많이 있습니다. 어떤 도움을 받고 있나요?
팀에 적응하는 데 친구들이 80% 정도 역할을 해 준 거 같아요. 저는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시끄러운데, 어색한 사람들과 있으면 입을 닫고 있거든요. 친구들이 많으니까 전북에서는 외향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적응하기 쉬웠어요.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아직도 형들과 서먹했을 거 같아요. (조)규성이가 가장 앞장서서 동료들과 친해지게 도와줬어요. 어느 날 같이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형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식사 자리로도 끌고 간 거죠. 그러면서 형들한테 한 마디라도 더 붙이라고… 저를 골탕 먹이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애가 형들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고 싶었을 거예요.(웃음) 의도는 몰라도 그 덕에 잘 지내고 있죠. 


- 조규성 선수와는 동계훈련 동안 구단에서 올린 영상 컨텐츠를 통해 '자기야' 열풍을 일으켰는데요. 어쩌다 그렇게 부르는 사이가 된 건가요?
규성이는 성격 자체가 애교 많은 강아지예요. 그런데 그 애교라는 게 과하면 가끔 떨어져 있고 싶어요. 그거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결론은 그런 모습도 저한테는 좋아요. (Q. 조규성 선수의 많은 팬을 의식한 마무리인가요?) (웃으며) 서로가 반응을 즐겨요. 사실 규성이하고 친해진 지 2년 정도 됐어요. 그 전에도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함께 했는데 같이 노는 그룹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이)상민이, (원)두재, (이)동경이, (이)동준이랑 친했는데 규성이하고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졌어요. 어색한 사이어요. 그러다 게임을 같이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대화를 해보니까 말이 잘 통하는,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소집이 끝나도 연락하고 지냈죠. 휴식기에 따로 만나서 차도 마실 정도가 됐는데 이렇게 같은 팀이 됐네요. 


- 이번 주말(19일) 4라운드에서 대구 원정을 치릅니다. 이적 후 첫 대구 방문인데 마음가짐이 어떤가요?
마음은 편해요. 4년 간 있었고, 대구 팬부터 시작해서 감독님, 코치님, 사장님까지 추억이 많아요. 이적 후 그 분들의 애정에 어떻게 보답할까를 생각했어요. 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팀을 만나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우리 태욱이 저기 가서 잘 하고 있구나', '역시 대구가 잘 키웠다'. 그런 생각과 자부심을 들 수 있도록 말이죠. 이번 주말 대팍에 가서도 경기 중에는 전북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구 팬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으실까요? 경기 종료 전까지는 제가 입고 있는 유니폼과 엠블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집중할 거고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제대로 하지 못한 인사를 대구 팬들께 하고 와야죠. 제겐 가족 같은 분들입니다. 



- 대구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은 정태욱에게 어떤 의미였습니까? 
하늘색 동화라는 표현을 대구 구단과 팬들이 쓰시잖아요. 저는 그 하늘색 아래에서 꿈을 꾸며 차근차근 성장해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제가 제주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뛰던 시기에 대구가 저를 받아줬고요.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매 순간 최선을 다 했어요. 대구라는 팀이 정말 많은 기회와 사랑을 주셨기에 제가 꿈을 키워 이 위치까지 온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구단이고, 살아가면서 늘 감사해야 할 대상이죠.  


- 대구전에서 에드가 선수를 주로 맡게 될 겁니다. 큰 부상을 겪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퍼포먼스를 보면 에드가는 여전히 에드가더라고요. 
제가 제주에 있던 시절에 태국 부리람 소속의 에드가를 상대했어요. 그때 제가 만 21세였는데 당시의 에드가는 더 젊고, 힘도 쎄고, 헤딩을 너무 잘 해서 이게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이구나 라고 제대로 느낀 적이 있었어요. 대구에서 동료로 만난 에드가는 너무 좋은 형이고, 상대가 존중을 하게끔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지난주에 드가 형한테 메시지가 왔어요. 잘 지내냐며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어요. 주말에 90분 동안 치열하게 붙을 거 같아요. 자신은 있어요. 5년 만에 적으로 만나는데 제가 드가 형을 어떻게 상대할 지 기대도 되고요. 효율적으로 막아낼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 A대표팀에서 데뷔하는 것과 꾸준히 가는 것도 정태욱 선수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입니다. 
어떤 선수든 A대표팀에 대한 꿈은 무조건 갖고 있겠죠? 저도 마찬가지에요. 늘 품고 있어요. 전북으로 이적할 때의 동기부여 안에는 감독님이 보내주신 믿음, 구단의 꾸준한 관심도 있지만 여기에서 더 큰 성장을 해서 A대표팀에 확실히 진입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있었습니다. 제가 하기에 달린 거 같아요. 전북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정이 나는 승부라고 생각하니까요. 어떻게 임하고, 뭘 해야 할 지 잘 아니까 그 답을 전북에서는 꼭 찾아 보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태욱 선수하면 '근본룩'이라고 해서 유니폼 상의를 하의에 단정하게 집어넣는 걸로 유명합니다. 경기 중 상의가 나와도 조금 지나 보면 다시 들어가 있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프로에 와서 그렇게 했는데 그때 경기가 잘 됐어요. 일단은 주변에 단정하게 보이고 싶고요. 그 다음은 매 순간 열심히 하자, 매 경기 초심으로 임하자는 마음가짐의 표현으로 계속 하고 있어요. 이제는 제 루틴처럼 자리를 잡아서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거 같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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