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여자
뉴욕에 머물던 시절, 지하철을 타는 일은 아주 잠깐 항공기에 오르는 일과 비슷했다. 휴대전화 전파의 사용 범위 바깥에 있는 곳이란 점에서. 그곳에선 사람 구경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데 크게 불평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국적과 언어, 직업, 표정이 다양한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을 떼기 어려운 유형이 있었다. 대충 묶거나 푼 헤어는 어쩐지 부스스하고 민낯에 가까운 얼굴엔 안경을 쓴 여자. 건조한 분위기를 띤 그들은 때때로 무릎 위에 두꺼운 페이퍼백 서적을 올려놓고 읽는다. 남에게 잘 보이는 게 자신이 가진 초미의 관심사나 역할은 아닌 듯이. 아이러니하게도 유독 그런 사람에게 시선과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감독이자 영화이론가인 로라 멀비는 영화뿐 아니라 광고 및 대중문화에서 여성은 종종 ‘이성애적 남성 시선(male gaze)’으로 그려진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중문화는 소비층 혹은 시청자를 이성애자 남성으로 가정한다. 그리고 조명과 편집, 카메라 각도를 통해 그의 시선을 대신한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쾌락을 위해 강조되며, 남성은 이를 능동적 주체로 소비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여성은 수동적 대상으로 전락하고, 이것이 곧 권력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로라 멀비는 대중문화의 ‘이성애적 남성 시선’이 가부장적인 성역할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미우미우의 2023 가을 겨울 컬렉션이 상징적인 이유는 안경이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잘 ‘보기’ 위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성인 10명 중 6명은 안경을 쓴다는 통계가 있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안경 쓴 여성은 안경 쓴 남성에 비해 찾기가 쉽지 않다. 거기엔 ‘미관상의 이유’를 드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콘택트렌즈 사용률은 15.2%로 남성 4.9%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패션 에디터로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수많은 트렌드를 읽고 말한다. 이 일이 특정 백이나 스커트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배척하는 대신 이 세상 모든 여성의 취향과 스타일, 그리고 삶의 방식을 하나씩 조명하기를 바란다. 어떤 트렌드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트렌드를 전하는 것으로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방식을 응원하고 싶다. 여기에 안경을 쓴 셀럽의 사진을 모아 소개한다. 다음 시즌엔 안경을 꼭 장만해야 한다고 등을 떠미는 대신 여성으로 하여금 보이기보다 보기를 독려하기 위해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나 스펜서를 연기한 배우이자 미우미우의 뮤즈, 엠마 코린.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퀴어와 논바이너리로서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쇼츠에 운동화를 매치한 편안한 차림의 헤일리 볼드윈(비버가 아니라 볼드윈 시절이다). 뉴욕 소호 거리를 거닐다가 포착된 모습.
레트 증후군 연구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줄리아 로버츠가 하원 노동, 보건, 복지 및 교육 세출 위원회 앞에서 증언하는 모습. 레트 증후군은 거의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신경장애다.
2012년 4월 14일, 케이트 블란쳇이 시드니 극단의 배우이자 예술감독으로서 시드니의 바비칸 센터에서 열린 〈크고 작은 것(Big and Small)〉의 제작 언론 파티에 참석했다.
지지 하디드.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을 카이의 엄마, IMG 소속 모델, 게스트 인 레지던스라는 캐시미어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소개하고 있다.
2015년 로스 앤젤레스의 한 행사장에서 담은 배우 젠데이아의 앳된 시절. 젠데이아는 HBO 시리즈 〈유포리아〉로 24세 최연소 나이로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기준 TV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를 받는 여성 배우다.
1979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1982년 〈소피의 선택〉, 2011년 〈아이언 레이디〉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고 총 21번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기록을 가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로 평가받는 메릴 스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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