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명예를 찾기 위한 여정

데스크 2023. 3. 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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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어떤 영웅'에는 명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나의 명예를 위해, 가족의 명예를 위해, 교도소의 명예를 위해... 명예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이 알려졌거나 훌륭한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어떤 영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웅을 만드는 우리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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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떤 영웅’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어떤 영웅’에는 명예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나의 명예를 위해, 가족의 명예를 위해, 교도소의 명예를 위해... 명예를 얻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이 알려졌거나 훌륭한 직업 때문만은 아니다. 명예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가치의식인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어떤 영웅’은 거짓말 때문에 잃어버린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를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날 존경해요”... 빚을 갚지 않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라힘(아미르 자디디 분)은 잠깐 나온 귀휴 길에서 연인 파콘데가 주은 금화의 주인을 찾아주려 하면서 대중의 존경을 받게 된다. 그의 선행이 사람들 사이에서 미담으로 퍼지고 교도소로 돌아온 라힘은 방송출연을 하며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평판이 높아질수록 주변의 의심 또한 깊어진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라힘은 사소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로 이어지면서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영화는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주인공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사업을 하다가 생긴 빚 때문에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게 된 라힘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이틀이라는 휴가 동안 빚을 갚기 위한 돈을 구하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라힘의 행동은 금화의 주인을 찾기 위한 선행으로 비춰지고 영웅이 된다. 그러나 금화를 잃어버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사람들이 자작극이라며 의심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선행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처음에는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했지만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영웅대접에 현혹되었던 라힘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각성하고 추락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어떤 영웅’은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세일즈맨’을 잇는 걸작으로 현실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통찰을 안겨 준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회상을 지적한다. 라힘의 선행이 알려지자 교도소장과 직원은 교소도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그가 방송국에 나가 인터뷰할 것을 종용한다. 라힘은 금화가 든 가방을 직접 돌려주지 못한 것에 불편함을 느꼈지만 교도소장은 누가 돌려주던 주인을 찾아준 것이니 괜찮다며 설득한다. 시청률이 중요한 방송국 또한 라힘을 영웅으로 만들어 놓는다. 여기에 자선단체는 라힘과 장애가 있는 그의 아들을 성급하게 돕지만 SNS에서 떠도는 그에 관한 나쁜 소문에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원망한다. 소문에 맹신한 취업센터는 그의 선의를 의심하며 선행의 절차와 증거를 강요한다. 영화는 모든 기관과 단체들이 선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꼬집는다.


사실적인 캐릭터에 연기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주연을 맡은 아미르 자디디는 불안한 라힘의 심리상태를 차분히 잘 표현하고 있다. 순진했던 라힘이 반복되는 거짓말에 악의로 변질되는 모습을 몰입도 높게 표현해 관객들이 라힘을 쫓아가면서 함께 가슴 졸이게 만든다.


우리는 과도한 이익추구 사회에 살고 있다. 개인은 물론 단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논리를 만들고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이러한 지나친 이익추구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간, 세대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영화 ‘어떤 영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웅을 만드는 우리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큰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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