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고교 절반 이상 반대"…꼭 나무 배트가 문제일까

배중현 2023.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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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A 지난해 말 고교 야구 설문 조사
절반 이상 알루미늄 배트 전환 반대
2004년부터 고교 리그 나무 배트 사용
관련 문제점 지적되지만 효과도 존재
배트 탄성, 반발 계수 등도 함께 논의 필요
2016년 7월에 열린 제5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동산고 김혜성(현 키움 히어로즈)이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국내 고교 리그는 사진처럼 2004년부터 나무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으면서 나무 배트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고교 현장에선 나무 배트의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배트 하나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IS 포토


지난해 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전국대회 참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고교 리그에서 사용하는 배트를 나무에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걸 찬성하느냐'는 내용이었다. KBS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설문을 했다. 패러다임의 큰 변화인 만큼 (협회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반대가 (절반 이상으로) 약간 더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야구대표팀이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하자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고교 리그 배트 교체가 떠올랐다. 고교 리그는 2004년 배트 제원이 알루미늄에서 나무로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무겁고 반발력이 약한 나무 배트를 사용하니 타자들이 힘껏 스윙하지 못하고 '투고타저' 분위기가 지속하면서 투수들의 개인 기량 발전이 정체됐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A 고교 감독은 "나무 배트 한 자루 가격이 15만원 정도인데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선수들이 배트가 부서지는 걸 걱정해 자기 스윙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고교 감독은 KBSA 설문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 반대'에 표를 던졌다. 그는 "나무 배트의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나무 배트를 쓰더라도 모두 단타 스윙을 하는 건 아니다. 알루미늄으로 배트를 바꿔 투수가 난타를 당하면 경기 시간이 늘어질 수 있다. (나무 배트를 미리 사용하면) 프로 적응도 수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 고교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가 800g이면 나무 배트는 850g이다.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중학교에 가서 훈련하는 걸 봤는데 두 배트의 타구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보통 타구 속도(BBS·batted ball speed)를 결정하는 건 배트의 질량과 스윙 속도다.

2009년 발표된 『야구 물리학:홈런 분석』이라는 글에 따르면 배트의 속도를 높이면 배트의 질량을 늘리는 것보다, BBS가 더 크게 향상한다. 배트 무게를 두 배 늘리면 BBS가 약 17%, 스윙 두 배 빠르게 하면 BBS가 35%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벼운 알루미늄 배트는 더 빠르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만큼 투수가 위험에 노출된다. 2003년 미국에서 만 18세 투수 브랜든 패치가 알루미늄 배트(루이빌 CB-13) 타구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유가족과 배트 회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8월에 열린 제4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예선전에서 야탑고 김하성(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좌중월 3루타를 날리고 있다. IS 포토


C 고교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들이 못 버틴다. 타구가 강하다 보니까 투수나 야수들 부상 위험도 있다"며 "(고교 리그에 거포가 사라졌다는 건) 배트와는 큰 상관 없다고 본다. 거포 부재는 매년 달라지는 이야기다. 매년 좋은 선수가 나올 순 없다"고 했다. D 고교 감독은 "타자들이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장타에 부담이 줄어들었고 과감하게 투구하면서) 투수들의 구속이 향상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 투수전 가능성이 높다. 에이스급 투수 1~2명만 보유해도 전국대회 우승 경쟁이 가능하다. 선수층이 두껍고 전력이 강한 팀이라면 굳이 알루미늄 배트를 선호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야구를 잘하면 대부분 (야수가 아닌) 투수를 한다. 알루미늄 배트로 바꾸면 투수 성적이 악화할텐데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꼬집었다. 

무조건 알루미늄 배트를 선호할 게 아니라 배트 탄성을 줄이거나 공인구 반발 계수를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BSA 관계자는 "일본 대학야구에선 나무 배트를 고반발력, 알루미늄 배트를 저반발력으로 하는 등의 내용도 논의가 된 것으로 안다"며 "어떤 사안을 바꾸려면 (수정하는 게) 훨씬 장점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현장 지도자나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렵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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