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에 놀란 집주인 보증금 깎자…서울 매물 5만건→4만건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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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여파로 쌓여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5만건대를 허물고 4만건대로 진입했다.
역전세난에 처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린 데다, 수요가 쏠린 월세가 비싸지면서 가성비 좋은 전세 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3만건대에 불과했던 전세 매물은 '전세 기피, 월세 선호'에 9월 4만건대로 올라섰고, 11월에는 5만건대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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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싸지고, 월셋값 비싸져 수요 재이동
거래량 늘면서 전셋값 하락폭도 둔화
고금리 여파로 쌓여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5만건대를 허물고 4만건대로 진입했다. 역전세난에 처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린 데다, 수요가 쏠린 월세가 비싸지면서 가성비 좋은 전세 매물이 상당수 소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4만7346건으로 집계된다. 두 달 전 5만4411건 대비 13%, 한 달 전 5만1736건 대비 8.5% 감소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국내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이 연 7%에 육박하면서 한동안 적체가 심각했다. 과한 이자 부담에 몰린 세입자들이 전세를 떠나 월세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3만건대에 불과했던 전세 매물은 ‘전세 기피, 월세 선호’에 9월 4만건대로 올라섰고, 11월에는 5만건대로 진입했다. 지난 1월에는 5만5000건대까지 쌓였다.
최근 누적되던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은 늘어난 거래량 덕분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는 전세 계약 총 1만1746건이 체결됐다. 거래량이 1만1000건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전세 기피가 심각하던 지난해 11월에는 900건대에 불과했다.
역전세난에 놀란 집주인들이 앞다투어 전셋값을 내리자 월세로 쏠렸던 임대차 수요가 전세로 다시 옮겨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셋값은 눈에 띄게 하락해 2년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84㎡(전용면적)는 지난해 8월 10억원에 계약됐는데, 최근에는 주로 6억~7억원대에 거래되고, 지난 8일에는 1층 매물이 4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84㎡ 역시 지난해 8월 최고가 14억7000만원에서 최근 9억~10억대로 떨어졌다. 지난 14일에는 2년 전 9억5000만원에 계약했던 매물이 7000만원 떨어진 8억8000만원에 갱신되기도 했다.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전셋값 하락 속도도 느려졌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달 전 대비 3.34% 내렸다. 여전히 하락세가 가파르지만 지난해 12월 -4.97%, 올해 1월 4.65%와 비교하면 완만해졌다.
여전히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을 이유로 월세 선호가 크고, 강남권 위주로 공급이 많아 당분간 전셋값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 차차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국내 은행이 전세 대출 금리를 낮추는 추세인 만큼 급락세는 멈출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SVB 파산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게 되면 국내 은행도 전세 대출 금리를 더 낮출 공산이 크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세입자들은 월세를 원해서라기보다 대출 부담이 커 월세 시장으로 옮겨갔다"면서 "최근 월세 가격마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르면서 임대 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과 연동돼 움직이는 만큼 전셋값은 매매 시장이 되살아나면 현재 수준에서 안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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