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투자를 좋아해?” 불안한 미래가 불러온 ‘자이낸스’①
코인부터 조각투자까지 적극적
불안한 미래 투자 부추겨
청년 지원 주택마련에 초점 목소리도
'자이낸스(Zinance)'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금융(Finance)을 합성한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Z세대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기반의 금융을 일컫는 말이다. 자이낸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몇 가지 Z세대만의 특징이 있다. 그중 핵심은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값과 증시의 급격한 상승을 경험한 20대는 돈을 불려 나가는 해법을 저축보다는 투자에서 찾는 모습이다.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와 멈춰 선 급여 수준, 벌어지는 자산격차는 Z세대의 선택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에 적극적인 Z세대
“친구들과 만나면 자주 코인 이야기를 해요. 다들 조금씩 코인 투자를 하고 있어요. 미래가치를 봤을 때 앞으로 코인 가치가 더 상승할 걸로 생각해요” 25세의 사회초년생인 한 청년의 이야기다. 코인투자는 이미 청년들의 주력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월급만 받아서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며 코인 투자를 통해 결혼이나 주택구매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는 690만명이다. 이 중 20대 이하 이용자는 165만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30대까지 포함할 경우 376만명(55%)에 달한다. 20대 이하 이용자가 전체의 4분의 1일에 달하는 수준이다. 20대 이하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투자 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았지만 7만명 가량은 500만원을 넘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Z세대는 조각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조각 투자는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미술품, 저작권 등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투자 상품의 소유권을 쪼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조각 투자 플랫폼인 음원 저작권 조각 투자 ‘뮤직카우’를 살펴보면 뮤직카우 앱의 연령별 사용자 중 20대 이하 비중이 전체의 64%에 달한다. 뒤이어 30대 26%, 40대 9% 순이다. 뮤직카우는 원저작자가 자신의 곡 저작권 일부를 공개하면 대중들이 경매로 자유롭게 저작권료를 쪼개 구매할 수 있는 투자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젊은 층의 자산보유 성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 결과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젊은 층의 저축이나 보험 등은 타 연령대와 차별화될 정도로 축소된 반면 리스크 금융자산 보유 성향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펀드 및 주식채권선물옵션의 경우 30대와 30대 미만에서 보유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1년 30대 가구당 보유액은 60대 가구당 보유액을 초과했다.
불투명한 미래, 벌어진 자산 격차
Z세대가 투자에 적극적인 원인은 불안한 미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미래를 담보할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늘어난 일자리 60만개(통계청 기준) 중 60대 이상 노인 몫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20대 일자리는 고작 6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중 청년의 몫이 1%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도 12만 8000명 줄었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Z세대가 받는 급여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위한 자산을 형성해 나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7일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자리를 가진 1인 가구 청년이 저축 등 자산 형성에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90만 수준에 불과했다. 청년들의 세금 공제 전 월평균 임금은 252만원으로, 1인 가구는 이중 월평균 161만 원을 생활비로 썼다.
특히 급격히 상승하는 자산 가격을 급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전년 대비 4.9%(18만1000원) 증가한 386만9000원을 기록했다. 반면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9만2000원으로 전년(359만9000원) 대비 0.2% 감소했다.
그러는 사이 서울 집값은 월급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5억7500만원짜리 집을 서울에서 마련하기 위해서는 연 소득 4289만원 근로자가 13.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 물론 근로자가 월급을 모으는 동안에도 집값은 멈춰있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 여건은 청년들이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25세 청년은 “친구들 사이에서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들을 두고 ‘스마트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며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젊을 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월급만으로는 원하는 삶을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이낸스 수익률은 ‘글쎄’, 다양한 대안들
Z세대의 적극적인 투자성향이 높은 수익률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일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은 Z세대 투자 수익률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1코인당 8000만원이 넘어가는 고점을 형성했지만 현재 3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설문 결과를 보면 코인 투자 경험자의 71.1%는 누적 수익률이 -10% 이상이었다. 주가도 힘을 못 쓰고 있다. 2700을 넘어가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300선에서, 900이 넘어가던 코스닥 지수는 700선에 머물러 있다.
이에 젊은 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지원대책은 청년도약계좌다. 오는 6월 출시되는 청년도약계좌는 월 70만원을 5년간 납입하면 만기 시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정부지원 사업이다. 만 19~34세 청년들이 가입할 수 있으며, 월 납입금에 이자와 함께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청년내일저축계좌 및 청년내일채움공 등의 정부지원 사업도 있다.
젊은 층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서는 결국 주택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곽윤경 부연구위원은 ‘주택구입특화 장기 매칭 청년통장’ 도입을 제안했다. 청년의 최종 자산 목표가 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것에 있는 만큼 정부 지원사업 목적을 주택 구입으로 단순하게 설정하고, 국가 보조 형태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곽 부연구원은 이를 통해 청년들의 근로 동기를 유지하고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 주택이라는 실물자산이 남게 되므로 정책 효과성, 체감도 그리고 만족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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