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탈출자'가 본 <나는 신이다>, 이게 아쉽다

김동규 2023. 3.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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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고발에 중점, 그들이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지 충분히 설명 못해

이 글을 쓴 김동규 시민기자는 책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2020.4.)를 썼습니다. <편집자말>

[김동규 기자]

 신천지 베드로지파(광주, 전남) 성전 전경.
ⓒ 신천지 신도 제공
3월 초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사이비 종교 신천지(교주 이만희)에서의 경험이 떠올라 고통스러웠고,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이 다큐멘터리의 우려스러운 지점들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신이다>는 과도할 정도로 피해자들의 피해 서사에 집중했다고 본다. 사람들이 왜 이토록 이상한 집단에 현혹되는지, 왜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무척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는 스쳐가듯 다루고 피해자들이 당한 일들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걸까?

사이비 종교에게는 특정한 성립 법칙이 있다. 사이비 종교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결핍 속에 파고들어 상대를 조종당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조종한다. 이 행위의 반복을 통해 조종당하는 집단을 창조한다. 이들은 환절기에 찾아오는 독감 마냥, 삶의 전환기를 노린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 신천지 등은 모두 대학가의 청년들을 주요 포교 대상으로 삼고 열성적인 전도 활동을 펼쳤다.

신천지와의 만남

내가 신천지를 만난 건 대학에 진학한 직후였다. 당시 나는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성폭력 피해자 메이플(가명)씨 역시 어린 시절의 아픔(학교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JMS 신도들을 만나게 됐고, JMS에 맞서 싸워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대학 졸업반 시절 JMS를 만났다.

대학 신입생들은 어느 대학을 다니든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들이다. 특히 지방에서 막 올라온 신입생의 경우, 의지할 곳이 없기도 하거니와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많기 때문에 되레 쉬운 전도 대상이 된다.

내 경험이 그랬듯, JMS와 신천지는 대학에 막 진학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연인과 헤어졌거나,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삶의 전환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의 사이비 종교들 역시 마치 어딘가에서 함께 교육이라도 받은 듯, 이들과 흡사한 수법을 썼다.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인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사람을 전도한다. 가령 신천지에서는 전도 대상 1명에게 기성 신도 3명을 붙였다. 이 4인 그룹이 3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신천지는 '복음방 단계'라 불렀다.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술도 마시고, 통화도 길게 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다니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복음방 단계가 끝나면 7개월간 센터라는 곳에서 주4일제로 수업을 듣는다. 이곳이 신천지라는 이야기는, 10개월간의 과정을 거의 마칠 때쯤 나온다.

10개월. 이 10개월간 정성 들여 활동한 곳에서, 모든 걸 끊고 칼같이 빠져나올 수 있는 인간은 드물다. 이는 10개월 만난 연인과 갑작스레 이별한 후 바로 괜찮아지는 사람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다. 결국 혼란스러움을 안고 계속해서 신천지에 나오는 신입 신도에게, 신천지는 새로운 지시를 내린다. 새로운 전도 대상 1명을 전도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고 시간을 보내라는 지시다.

곧, 피해자로서의 혼란스러움을, 가해자로서의 죄악감이 대체하게 된다. 이는 성범죄 피해를 입은 JMS 여성 신도들이 또 다른 여성들을 범죄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수행한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은 무의식적 방어기제의 일종인 해리(解離) 상태에 빠진다. 해리 상태란 쉽게 말해 나의 인생을 연속적인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열 상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나는 신이다>에 출연한 사이비 집단 아가동산(교주 김기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내가 그때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사이비 종교의 폐해... 취약한 이들을 노린다
 
 신천지 베드로지파에서 신입 신도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
ⓒ 신천지 신도 제공
그곳이 어디든, 교리의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JMS와 신천지의 교리 '비유풀이'는 자체적인 완결성을 지닌 교리다. 거기서 들은 수업만으로는 이를 깰 수 없다. 이같은 완결된 세계관은 파시즘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나치즘 역시 자체적으로는 완결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완결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반을 닦은 후, 외부의 적(정명석을 잡아간 국가권력, 신천지를 탄압하는 한기총 세력)과 감정을 고양시키는 지도자(정명석, 이만희 등)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빠지도록 설계돼 있는 게 바로 사이비 종교다.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창설된 사이비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바로 자아를 잃게 할 정도의 '고강도 노동'이다. 미국의 인민사원이나 한국의 아가동산은 신도들에게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잃을 정도의 노동을 강요했다. 신천지 역시 신도들이 오전 7시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도록 체계적인 일정을 부여했다.

'은둔형 외톨이' 개념을 일본 사회에 최초로 소개한 의학박사 사이토 다마키씨의 분석을 보자. 

"사이비 종교에서 시행하는 반복적인 교육은 이인 증상을 갖는 신경증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기 자신과 주위 환경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끼는 상태다. 사이비 종교는 자아가 기반으로 삼는 근거를 하나하나 파괴해 의도적인 이인 증상을 만든다.

나는 정신의학적으로 아직 충분히 정의되지 못한 마인드 컨트롤을 신체적·심리적 스트레스 등에 의해 의도적으로 일으킨 해리 상태를 조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 일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책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 중

나는 이 글을 읽고 비로소 그동안 막연히 느끼고 있었던 어떤 것들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비 종교란 체계적인 심리 지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아 안정성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가면 버티기 어렵다. 다만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같은 과정을 따라가게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는 경제적·심리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노린다.

사이비의 수법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과학적이지만 그것을 만든 이들은 정신의학을 공부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타인을 조종하는 방법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실은 이것들은 사이비 종교만의 특성도 아니라 할 것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연인 간의 가스라이팅 사건에도, 이와 대단히 유사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결국 사이비 종교란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고독과 결핍 속에 파고들어, 해리 상태를 조성해 상대를 조종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가족, 연인, 친구 관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좀 더 집단적으로 행한 후 이를 비즈니스 모델화해 무척 사악한 방식으로 활용한 반사회적 범죄나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는 대단히 자극적인 방식으로 피해 서사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그 집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JMS와 신천지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늘 외부세계와 접촉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들에게 넷플릭스란 '사단이 역사하는 곳'이다. 그들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신도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사이비 종교의 현혹을 받고 있을 이들은, 자신들이 교리를 공부하고 있는 곳이 신천지나 JMS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만약 이번 다큐멘터리가 인간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에 좀 더 집중했다면, 아직 해리 상태에 빠지지 않은 많은 이들이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되지 않고 더 빨리 그곳을 빠져나왔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아쉽다.

나는 신천지의 수법을 잘 안다. 아마도 그들은 수업 시간에 <나는 신이다> 이야기를 하며 JMS의 추악한 범죄에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어 "여러분은 끌려오신 거 아니죠?"라고 농담조의 질문을 던지며, 우리들은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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