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사이비 종교가 자라는 토양

2023. 3. 1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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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 집단들의 실상을 파헤친 다큐멘터리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집단들이 보여준 왕성한 활동은 외부와의 접촉이나 도움 없이 불가능했다.

사이비 종교가 판치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물음과 사고를 경시하는 우리 사회와 교회의 전반적인 풍토다.

이는 결국 사이비 이단뿐 아니라 강자의 뻔뻔한 이중 잣대와 약자에 대한 부당 대우, 특정 지도자나 진영의 비상식적 행동이나 허망한 사기 행각이 저항 없이 통용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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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사이비 종교 집단들의 실상을 파헤친 다큐멘터리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거론된 교주들은 스스로 신을 참칭하며 추종자를 정신적·경제적으로 착취할 뿐 아니라 변태적인 성욕의 대상으로까지 삼았다. 그중에서도 JMS와 만민중앙교회의 경우는 기독교 계열의 이단이면서 지금까지 교세를 떨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런데 이 병리적 현상은 우연히 나타난 극악한 자로 인해 남에게 생긴 독립적 사건이 아니라 더 큰 문제, 즉 우리 사회와 교회의 무관심과 비합리성이란 토양 위에 자라난 못된 열매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집단들이 보여준 왕성한 활동은 외부와의 접촉이나 도움 없이 불가능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건물과 시설, 각종 동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형 행사를 기획하려면 관공서를 비롯한 각종 기관과 기업의 관여가 필수적이다. 이들 중 누구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세간에 알려져 있던 이 집단들의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를 문제 삼고 협조를 거부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또 직간접으로 전해지는 피해 상황을 공권력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 그에 대한 대응은 좋게 표현해도 소극적이었다. 이번에 나온 다큐멘터리는 십여 년 전 JMS 정명석의 검거와 관련해 국가 공권력보다 자체적인 ‘체포단’까지 해외에 파견한 반대 운동가와 피해자 모임이 더 적극적이었고, 수십명이 사망한 오대양 사건은 충분한 조사 없이 종결 처리됐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회의 대응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였다. 비록 각 교단이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신자들에게 거리를 두라 명했지만, 그 이상의 대처는 몇 명 안 되는 이단 방지 활동가의 고군분투에 오롯이 맡겼다. 수많은 사람이 기독교의 이름을 가진 이단에 넘어가는데도 그것을 개인의 무지와 오해 탓으로 보고 눈을 돌린 것이다. 사회적 폐해를 막는 차원에서라도 적극적 대책을 세우고 홍보를 해야 했지만, 교회에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개교회와 교단 성장에만 힘을 쏟았다.

사이비 종교가 판치게 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물음과 사고를 경시하는 우리 사회와 교회의 전반적인 풍토다. 반성적 사고는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며 물음을 던지는 것이고, 비판적 사고는 보통 당연하다 여겨지는 일에 대해서도 근거를 따지고 점검하는 합리적 태도를 말한다. 이들은 미신과 억측,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개인과 집단을 지키는 중요한 힘이기 때문에 모든 교육과 문화가 기초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공교육은 물음을 촉진하고 합리적 사고를 함양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미 정해진 답을 맞히는 연습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묻기를 연습하지 못한다. 교회에서도 ‘무조건 믿음’ ‘무조건 순종’을 강조하며 질문을 차단하니 반성적·비판적 사고와 문화가 자랄 수 없다. 이는 결국 사이비 이단뿐 아니라 강자의 뻔뻔한 이중 잣대와 약자에 대한 부당 대우, 특정 지도자나 진영의 비상식적 행동이나 허망한 사기 행각이 저항 없이 통용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스스로 납득한 바를 답으로 인정하기보다 말이 안 돼도 힘 있어 보이는 이가 제시한 답을 무조건 납득하려 애쓰는 수동적 태도가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주에 대한 비난과 적절한 처벌만으로 요망한 거짓말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인과 사회, 교회가 합리적 사회를 이루려 노력해야 하는데, 성경이 가르치는 성도의 기본 태도가 중요한 참고가 된다. 바로 내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말씀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며, 다른 사람의 불행에 침묵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것이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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