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읽기] 출산율이라는 혼선

2023. 3. 17. 00: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한슬 약사·작가

현재 15세인 여성이 평생 낳을 아이의 수는 몇 명일까.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15세 여성이 폐경에 이를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가 평생 낳은 아이 수를 세어야 한다. 그렇지만 인구 정책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어림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값이 바로 흔히 출산율이라 부르는 합계출산율이다. 현재 20대의 평균 출산율, 현재 30대의 평균 출산율, 현재 40대의 평균 출산율을 각각 구한 다음 더했다는 의미다.

예컨대 2021년의 합계출산율 0.81은 2021년 기준 20대의 평균 출산율 0.163과 30대의 평균 출산율 0.598, 40대의 평균 출산율 0.039 등을 더한 값이다. 물론 올해 20살인 여성이 본인 40대에 아이를 몇 명 나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현재 40대 여성들과 엇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되는 값이다 보니, 결혼과 출산 연령이 예전보다 늦춰지면 특정 세대의 평균 출산율이 떨어져 출산율이 감소하고, 코로나와 같은 계기로 출산이 미뤄져도 출산율은 떨어진다. 경향은 있어도 여러 이유로 수치가 쉽게 요동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게다가 출산율이라는 지표만 강조하다 보니, 이것도 일종의 비(比)라는 게 자주 간과된다. 출생아 수는 출산율과 가임기 여성의 곱이다. 출산이 여성만의 책임이나 의무는 아니지만, 출산은 여성의 몸을 통해서만 일어나서다.

그러니 여성 한 명이 평생 아이 몇 명을 낳느냐는 합계출산율을 따지기에 앞서, 애초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이 몇 명인지를 셈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수치가 출산율보다 더 나쁘다는 게 문제다.

주로 출산이 이루어지는 나이대인 만 20~34세 여성 인구는 2022년 기준 465만 명이다. 그렇다면 10년 후인 2032년은 어떨까. 미래의 일이지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22년 기준 만 10세부터 24세까지의 인구가 10년 뒤엔 20~34세 인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2032년의 20-34세 여성은 20%가 줄어든 372만 명이고, 2042년엔 40% 줄어든 292만 명까지 떨어진다. 그때는 가임기 여성 1인이 아이를 2명씩 낳아도 전체 대한민국 인구가 감소한다.

출산율이라는 숫자 하나에만 얽매인 방식의 의제화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2042년에 스무 살이 될 여성들이 이미 지난해에 태어났다. 과거로 되돌아가 아이를 더 낳을 수는 없으니, 2042년에 출산율이 아무리 높아진들 인구 소멸은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정책도 여전히 필요하긴 하겠지만, 역피라미드 인구구조를 가진 사회를 어떤 형태로 운영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덴 20년도 너무 짧다. 출산율만을 둘러싼 갖은 혼선(混線)이 아쉬울 뿐이다.

박한슬 약사·작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