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로 함께 나아갈 출발점 된 한·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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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 외교 재개, 지소미아 복원 등 성과 작지 않아
일 총리 직접 사과 빠진 건 유감, 윤 결단 화답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일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을 끝으로 단절된 양국 정상회담이 12년만에 성사된 것은 윤 대통령의 선제적 결단에 힘입은 바 크다. 윤 대통령은 핵심 현안인 징용 문제에 ‘피해자 지원 재단을 통한 3자 변제’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일 관계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징용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마련되고, 양국 정상의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또 전임 정부 시절 중단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가 선언되는 등 한때 단교 직전의 위기까지 갔던 한·일 관계가 2019년 7월 이전의 관계로 회복될 기반이 마련됐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입은 정치적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굴욕 외교’ 비판이 쏟아지며 상승 추세였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야당의 반일 캠페인이 기승을 부리면서 ‘제2의 이완용’ 같은 극언까지 들어야 했다. 그런 만큼 12년 만에 열린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윤 대통령이 어렵게 튼 관계 정상화의 물꼬에 어떻게 화답할지에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일단 일본이 윤 대통령 방일에 맞춰 셔틀 외교 복원에 합의하고, 반도체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4년 만에 해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일 관계의 대표적 걸림돌이 사라져 양국의 교류 지평이 확장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 현안인 징용 문제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해 나갈 것”이란 일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 그쳐 실망스럽다. 징용에 책임 있는 피고 기업들을 포함해 일본측이 징용 피해자 배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도 유감이다. 이런 결과를 의식해선지 두 정상은 회담 뒤 공동선언 대신 기자회견으로 각자의 입장을 밝히는 선에 그쳤다. 그만큼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다.
양국을 가로막아 온 과거사의 깊은 골이 정상회담 한 번으로 메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두 나라가 불화로 얼룩진 과거를 매듭짓고,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로 나아갈 기틀을 다졌다는 점에선 점수를 줘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첫 삽을 뜰 여건은 마련된 점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어렵게 성사된 이번 회담의 성패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기시다 총리가 앞으로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징용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줄 진심어린 사과와 징용 책임 기업들의 기금 참여 등은 필수조건이다. 윤 대통령이 선제적 양보로 짊어진 정치적 부담을 기시다 총리가 최대한 나눠가져야만 모처럼 맞은 한·일 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살려나갈 수 있다. 일본 정부와 국민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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