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역투+번트 안타… 이도류의 진수 보여준 오타니, 일본 WBC 4강행
잘 던지고, 잘 쳤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일본을 WBC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에서 이탈리아를 9-3으로 물리쳤다. 1라운드부터 5연승 행진을 이어간 일본은 2006년 1회 대회부터 5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사상 첫 4강 진출을 노렸으나 멈춰섰다.
당초 WBC 조직위원회는 일본과 미국이 준결승에 오를 경우 무조건 맞붙게 예외조항을 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8강 진출 팀이 모두 가려진 뒤 해당 조항을 없앴다. 이에 따라 일본은 C조 1위 멕시코와 D조 2위 푸에르토리코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오타니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지난 9일 1라운드 중국전에서 선발 등판(4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던 오타니는 다시 한 번 선발로 나섰다. 소속팀 LA 에인절스와 논의를 통해 준결승부터는 지명타자로만 나설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마지막 등판이었다.
오타니는 말 그대로 역투했다. 기합 소리를 내가면서 무시무시한 공을 뿌렸다. 2회 초 비니 콰스판티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6구는 무려 시속 102마일(약 164㎞)까지 찍혔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때도 보여준 적이 없는 빠르기다.
일본은 1회 말 좋은 기회를 놓쳤다. 1번 라스 눗바의 안타와 2번 곤도 겐스케의 볼넷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3번 오타니가 친 빠른 타구가 수비 시프트에 걸려 유격수 직선타가 됐다. 4번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는 유격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됐고, 타격 부진 탓에 5번으로 한 칸 내려간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루킹 삼진을 당했다.
일본은 3회 다시 찬스를 잡았다. 곤도가 볼넷을 골랐고, 오타니가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투수 조 라르사가 황급히 1루로 던졌으나 공이 빠졌다. 내야 안타. 그 사이 곤도는 3루에 안착했다. 요시다의 땅볼이 나오면서 일본은 선제점을 올렸다. 2사 1·2루에선 도쿄돔을 홈으로 쓰는 요미우리 4번 타자 오카모토 가즈마가 좌월 3점포를 터트려 4-0을 만들었다.
마운드 위의 오타니는 점수 차가 벌어져도 집중력을 유지했다. 피안타 2개를 주긴 했지만 강속구와 스플리터, 슬라이더를 섞어 현역 메이저리거 4명이 포진한 이탈리아 타선을 압도했다. 4회엔 2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좌익수 요시다가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5회 들어 오타니의 빠른 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몸맞는공 2개와 안타 2개를 묶어 2점을 따라붙었다. 오타니는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구원투수 이토 히로미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브렛 설리반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벗어났다. 오타니의 투구 성적은 4와 3분의 2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
일본 타선은 5회 말 다시 폭발했다. 오타니와 요시다가 사사구로 출루한 뒤 무라카미가 좌중간 2루타를 때려 추가점을 뽑았다. 이어 오카모토가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때려 7-2를 만들었다. 일본이 기대했으나 주춤했던 거포들이 터지면서 일본이 승기를 잡았다.
일본은 7회 승기를 굳혔다. 요시다가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무라카미의 2루타와 겐다 소스케의 적시타로 9-2를 만들었다. 7회부터 구원 등판한 다루빗슈 유는 8회 도미닉 플레처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9회 나선 타이세이가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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