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랐다면, 그의 음악도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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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를 다룬 책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번역됐다.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만큼 격동의 현대사와 맞물린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번역된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증언을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구성한 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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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윌슨 지음, 장호연 옮김
돌베개, 854쪽, 5만5000원
구 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를 다룬 책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번역됐다.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만큼 격동의 현대사와 맞물린 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쇼스타코비치는 젊은 시절 천재로 평가받으며 소련은 물론 서방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936년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공연을 관람하던 스탈린이 도중에 자리를 뜬 뒤 그는 정권에 의해 형식주의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요주의 인물이 된다. 서방까지 알려진 명성 때문에 숙청당하진 않았지만, 그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정권의 체제 선전에 협력해야만 했다. 스탈린 사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흐루쇼프 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공산당에 입당한 그가 예술적 고집을 꺾고 체제의 이념에 부합하는 음악을 내놓는가 하면 동료를 비난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금까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롭게 번역된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는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증언을 중심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구성한 전기다.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으로 된 이 책을 읽다 보면 주변 인물들의 기억과 평가, 증언 속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인생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진다.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영국 출신의 첼로 연주자이자 작가로 영국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와 자신의 스승인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 관한 전기를 쓴 바 있다. 외교관의 딸인 저자는 젊은 시절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첼로를 배웠으며 쇼스타코비치의 연주를 직접 듣기도 했다. 특히 1971년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이 모스크바에 와서 쇼스타코비치와 만났을 때 윌슨은 통역 겸 운전사로 두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다. 이 책은 분량의 방대함도 놀랍지만, 주석과 참고문헌을 보면 저자의 꼼꼼함에 감탄하게 된다. 연주자 출신으로 음악에도 해박한 저자는 쇼스타코비치의 삶만이 아니라 음악에 대해서도 매우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쇼스타코비치가 시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음악을 썼을까? 쇼스타코비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노년에 남긴 바 있다. “‘당의 지침’이 없었다면 내가 달라졌을까 물었소? 당연히 달라졌을 거요… 그러나 내가 쓴 음악이 부끄럽지는 않소. 나의 모든 곡을 다 사랑하오. 절뚝거리는 아이라도 부모에게는 늘 사랑스러운 법이라지 않소.”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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