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식탐에 관한 몇 가지 소문
2023. 3. 16. 18:48
오후 6시를 쩍-반으로 쪼개자
서녘으로 번지는 마블링
레스토랑이 비등점에서 끓어 오른다
‘오늘’이라는 신선한 식재료
양파를 썰며 잘려 나간 손톱을 잊는다
냄새가 자지러진다 지붕 위에 뜬 달을
조등이라고 우기는 사장, 주변을 떠도는
양파, 손톱, 달이 기다란 꼬치에 차례로
꿰인다 한껏 치장한 손님들이 차례차례
꼬인다 허기가 퇴근길 발걸음에서 증폭되고
SNS의 엄지손가락이 요란 떨수록
초짜의 손도 떨린다 떠는 것들이 주로
소문을 옮기는데 유독 식탐에 관한 것들은
쇠심줄보다 질기다
모차르트 현약 4중주 17번 <사냥>
도입부의 뿔피리 소리가 고기 굽는 냄새와
버무려진다 레어와 미디엄 사이로 초원이
펼쳐지고 바람 끝을 씹는 송아지가
희미하게 보였다 사라진다
불을 통과할 때 소에게 마지막으로
지글지글, 울 기회가 주어진다
들판에 핀 어린 로즈메리를 닮은 선율
접시 위 풍경이 잠시 멈춘다
테이블마다 넘치는 미소엔
송곳니가 감춰져 있다
비명을 씹는 우아한 몸짓들
요리사들이 종일 뛰어다니지만
세상의 허기는 여전해
레스토랑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이동우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중
육식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에서 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손님들의 미소에서 송곳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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