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감독 데뷔에 탈모 스트레스…이경규는 '사기'라고" [인터뷰 종합]

김유진 기자 2023. 3. 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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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웅남이'를 통해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개그맨 박성광이 자신을 향한 편견들을 잘 극복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성광 감독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웅남이'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해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액션 영화다.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박성광은 개그맨 활동 시절 작업했던 단편 영화 '욕', '슬프지 않아서 슬픈', 에 이어 '웅남이'를 통해 처음으로 상업 영화 감독에 데뷔하게 됐다. 

떨리는 기색을 드러내며 자리에 앉은 박성광은 "즐기자고, 긴장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시사회를 하면서 배우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 속이 텅 비더라. 예전에 봉준호 감독님도 자신의 첫 영화를 보다가 시사회 때 나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웅남이'는 박성웅,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 등 다양한 배우 라인업을 자랑하며 주목 받았다. 박성웅이 경찰 출신 동네 백수 나웅남과 국제 범죄 조직 2인자 이정학(웅북이)으로 1인 2역을 연기했고, 이이경은 웅남이의 동네 친구로 골드 버튼을 꿈꾸는 구독자 10명의 유튜버 말봉 역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또 염혜란은 웅남이의 엄마 장경숙 역으로 인상적인 캐릭터 변신에 나서며, 최민수는 국제 범죄 조직의 보스 이정식 역으로 빌런 중의 빌런 캐릭터를 선보였다.

'웅남이'의 시작에 가장 큰 힘을 준 인물은 14년의 인연을 자랑하는 박성웅이었다. 

박성광은 "박성웅 형님과의 인연은 14년 전부터였고,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는 12년 전이었다. 형님이 이전부터 잘 될 분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고 웃으며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 놀라시더라. 잘 만들어보고 싶다고, 허락받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더 길게 풀어내야 할 부분, 부족한 부분은 수정을 봐야 한다고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형님 집 앞으로 가서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혹시나 시나리오를 버리시지는 않을까 해서 집에 들어가시는 뒷모습까지 지켜봤다"고 너스레를 떨며 긴장했던 당시를 떠올린 박성광은 "시나리오를 드리고 4일째 되는 날 연락을 주셨다. 목소리가 이미 거절을 하신 목소리 같아서 느낌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얘기 해주시기에 맞다고, 더 열심히 잘 만들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또 "거절하시나보다 했는데, 같이 해보자고, '캐스팅 보드에 내 이름 올려라'고 하셨다. 정말 반전이었다. 모세의 길이 확 뚫린 느낌이었다"고 감격했던 이야기를 밝혔다.

박성광에 앞서 감독 데뷔를 한 개그맨으로는 심형래, 이경규가 있다.

박성광은 "심형래 선배님과는 접점이 없었고, 이경규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만나게 됐을 때 '저 영화감독 됐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선배님이 '독립영화 어줍지않은 것 하지 않냐'고 하시기에 '상업영화다'라고 했더니 '뭐? 투자 받았어? 그거 사기다. 다시 알아봐'라고 하시더라"고 이경규의 반응을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이후 박성광이 투자 받은 부분을 설명하자 이경규나 "배 아프다"라며 특유의 넉살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선배님께서 네가 길을 뚫어야 한다고, 네가 잘 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고 하시더라"는 에피소드를 함께 전했다.

개그맨으로 영화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부분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박성광은 "제가 영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저를 시험하고, 테스트하려는 경우가 많더라. 자격지심이 생기기도 했다. 부딪쳐야겠다는 마음으로 터놓고 모르는 부분은 솔직하게 얘기했고, 부탁드렸다. 제가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면서 '한 팀이 돼 달라'고 말씀드리니 다들 도와주시더라"고 얘기했다.


연출 작업을 거치며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와 염증까지 겪으며 고생했던 박성광은 "감독 일은 원래 힘든 것이라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안 괜찮았던 것이다. 촬영을 하면서 서울에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이 없는 날 하루는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 생활을 하다 보니까 어느 날 몸이 이상해져서 병원에 가게 됐다. 진짜 처음에는 탈장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박성광은 "어쨌든 영화는 대중예술이지 않나.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너무 큰 욕심 내지 않고, 대중의 편견이 있어도 부딪히고 깨져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처음에는 개그맨이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작을 거절당하고 철회당하는 순간도 많았다"며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숨겨야 하나도 생각했지만, 제가 자부심을 갖는 코미디언, 개그맨이라는 직업인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작게라도 제가 후배들이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영화감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라면서 '웅남이'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함께 당부했다.

'웅남이'는 22일 개봉한다.

사진 = CJ CGV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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