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잔재 기록하며 고통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지자체

박진우 입력 2023. 3. 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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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에 대한 안내판 설치 사업 등... '기억'을 향한 노력 계속돼야

[박진우 기자]

"이 안내판은 경기도의 일제 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

경기도 관내에 남아있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물 앞에 세워진 표지판의 문구로써 경기도는 7년째 항일(抗日)과 독립(獨立), 친일매국(親日賣國)에 대한 조사와 함께 안내판 설치 사업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항일독립투쟁의 역사를 조사하고 2018년부터는 안내판을 세웠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실태조사 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3.1만세투쟁지역과 의병투쟁지, 그리고 학생들의 동맹 휴학지, 의거지 등을 중심으로 2018년에는 29개 시·군에 안내판 62개와 표지판 20개를 설치하였고, 2019년에는 안내판 59개, 표지판 25개를 설치하여 지역에 있는 항일독립 투쟁 유적지를 알리며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다.

2019년에는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추진하여 경기도 친일 인물 257명과 문화계 친일매국 인사 12명도 파악 하였다. 그리고 일제에 협력한 관계자들의 비석류 161건과 교가와 교표 등 101개가 일제에 협력한 인물의 작곡 또는 작사이거나, 일본 기업의 상표와 전쟁범죄기(일본은 욱일기로 표현), 일장기가 연상되는 교표 등이 현재도 사용되고 있음을 조사했다.

친일문화잔재 조사 사업을 연구 수행한 (사)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함세웅)는 "러일전쟁인 1904년부터 1945년 8월 해방 전후라는 시공간에 친일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유, 무형의 문화적 유산에 대해 기초 조사함으로써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바로 잡는 데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며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2019년은 3.1만세투쟁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 중앙정부를 비롯해 전국에서 많은 행사들이 열렸고 경기도도 21개 시군 36개의 사업을 통해 황제의 나라인 제국(帝國)에서 백성의 나라인 민국(民國)으로 출발했던, 그리고 외세로부터 독립을 위해 비폭력 투쟁을 전개한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잠잠한 상황이다.

경기도는 2020년에는 문화예술의 창작을 통해 일제 잔재 청산을 추진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20여 개 단체가 창작을 통해 일재 잔재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했고, '친일문화잔재 조사' 결과를 전자적으로 기록, 정보화(archive)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누리집 공간(moveforward.library.kr)에서 자유롭게 열람․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 불리워진 '경기도의 노래' 작곡가가 친일 논란이 일자 '새로운 경기도 노래 공정한 공모전'을 통해 도민들의 참여를 통해 새롭게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김경호 도의원 대표 발의)가 제정되어 일제 잔재에 대한 안내판 설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일제 하의 친일반민족행위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과 대통령소속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보고서에 이름과 행적이 수록..."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설치한 친일 인물 안내판에 공통으로 들어간 문구이다.

21년도에는 하남시 '전 광주수리조합장 방공규환 기념비'(창우 양수장), 수원시 동양척식 및 농사주식회사의 '치산치수지비'(수원박물관), 친일 작곡가 난파 홍영후의 '홍난파 동상'(수원 올림픽공원)과 '홍난파 노래비'(수원 팔달공원), 일본인 '혼다 코스케 권모범장장 흉상좌대'(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본관 앞), 안성시 '서상준 안성군수 청덕불망비'와 '최태현 안성군수 청덕애민선정비'(대덕면사무소), 용인시 '팔굉일우비', '현감송공병준선정비', '백작송종헌영세기념비'(용인문화원 부설 용인문화연구소) 등 매국 친일 인물을 중심으로 총 10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용인시의 경우 용인문화원에서 단순 안내판만이 아니라 역사의 감옥을 형상화한 곳에 가둬 놓음으로써 역사적 단죄를 추진하였다.
 
▲ 친일매국 부역자의 역사 감옥 용인문화원이 관리하는 친일 부역자 집안 송병준과 송종헌 부자의 ‘팔굉일우비’를 역사의 감옥에 가뒀다.
ⓒ 박진우
 
2022년도에는 수원시 '수인선 철도'(수원시 평동 서호천 중보교 부근), '권업모범장 경계석', '잠업시험소·여자잠업강습소 표지석'(수원시 서둔동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본관 앞), '수원농림학교 터'(수원시 서둔동 서울대 농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 정문 옆), '수룡수리조합기념비'(수원박물관 야외전시장), 양평 '북한강철교'(양평군 양수리 북한강 철교 초소 쉼터) '옛 이천경찰서 무도관'(이천시 창천동행정복지센터 앞) 등 일제의 수탈 시설물 7곳에 설치했다.

친일 청산과 관련하여 '잔재 발굴'과 '유적 등 조사나 연구'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광역자치단체는 광주시, 경기도, 경상남도, 서울시, 세종시, 울산시, 전라남도, 제주도, 충청남도 등 9개 지방자치단체이고, 교육청은 광주시, 부산시, 서울시, 전라남도, 제주도 등 4개 교육청에 불과하다.

항일독립투쟁과 관련하여 '기념사업'이나 '유적 발굴 및 보존', '탐방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서울시, 충청남도 등 6개 광역 자치단체 뿐이다.

친일 잔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기도청 조상형 문화종무과장은 "친일유산은 부(負)의 문화유산(negative heritage)이다보니 '친일잔재'를 공식적으로 표기함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안내판을 설치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과 토지주, 그리고 자치단체 등의 협조로 의미있는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었다"며 친일 청산사업의 어려움과 함께 협조한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안내판 설치 자문위으로 참여한 김도형 문화재 전문위원은 "민간단체에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을 설치한 적은 있으나 공공기관에서, 그리고 지속적으로 안내판을 설치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매국친일 잔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노력은 여타 지방자치단체의 모범 사례로 파급 될 것"이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 안내판과 현장 점검단 2월 23일 친일 잔재 안내판 설치 현장 점검단, 왼쪽부터 이학성 재단 정책사업팀장, 송창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교육본부장, 조상형 경기도 문화종무과장, 김도형 문화재 전문위원,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강진갑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장, 최기남 경기도청 주무관, 김해규 평택인문연구소장, 박진우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역위원장, 양근혜 경기문화재단 담당관
ⓒ 민족문제연구소
 
최근 윤석열 정부는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금을 '패소한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고 그 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역사 정의가 퇴행하는 시점에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항일과 독립, 친일매국잔재 청산에 대한 노력이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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