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김해란·'대기만성형' 김나희, 흥국생명 우승 언성 히어로

안희수 2023. 3.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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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김해란과 김나희. 사진=KOVO

4년 만에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앞에서 끌고 간 '배구 여제' 김연경만큼 뒤에서 밀어준 베테랑 듀오 김해란(39) 김나희(34) '베테랑 듀오'의 존재감도 컸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흥국생명은 '김연경 원맨팀'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시즌(2021~22) 6위에 그쳤고, 전력 보강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오직 김연경의 기량과 경험에 의존할 것으로 보였다.  

김연경의 기량은 예상대로 뛰어났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한 건 다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기 때문이다. 주장 김미연은 출전 시간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세터 김다솔과 이원정은 월드클래스 공격수(김연경)를 온전히 활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코트 위 사령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김연경이 합류하기 전까지 팀 기둥이었던 김해란도 우승 주역이다. 주전 리베로인 그는 우리 나이로 마흔 살 베테랑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출신답게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줬다. 16일 기준으로 서브 리시브와 디그의 합산 기록인 수비(세트당 7.797)와 디그(5.609개) 부문에서 각각 2위에 올랐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부임 뒤 처음으로 지휘한 2월 23일 한국도로공사전 승리(스코어 3-0) 뒤 "김연경만큼 김해란의 투지가 빛났다"고 했다. 

김해란은 무엇보다 팀 '맏언니'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월 초,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모기업 고위 인사의 월권 정황이 드러났다. 김해란은 김연경과 함께 취재진 기자회견에 응해 선수단을 대변했다. 김연경도 우승 뒤 "그 시기에 힘들었는데, (김)해란 언니가 잘 버텨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 

해외 무대에서 뛰던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첫 번째로 복귀해 뛴 2020~21시즌엔 김해란이 가족계획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다. 당시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나며 전력이 약해졌고, GS칼텍스에 정규리그·챔피언 결정전(챔프전) 우승을 내줬다. 올 시즌도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이번엔 김해란이 김연경 옆에 있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MB) 김나희(34)도 흥국생명 우승 숨은 공신이다. 그는 2016~17시즌 이후 100세트 이상 소화하지 못하고 백업으로 밀렸다. 하지만 권순찬 전 감독이 부임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지난해 8월 열린 KOVO컵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이어진 V리그 정규리그에서 106세트를 소화했다. 

흥국생명은 네트 앞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보였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 쌍포의 화력은 리그 정상급이지만, 미들 블로커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이주아가 있었지만, 다른 팀 MB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나희가 매 경기 궃은 일을 해냈다. 경험이 많고, 기본기가 탄탄하다 보니 잔 실수가 많지 않았다. 세터가 토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가담해 공격 기회를 여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내홍을 겪으며 단단해진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던 현대건설이 주춤한 사이 꾸준히 승점을 쌓았고, 결국 우승까지 해냈다. 원맨팀에서 '원팀'으로 거듭난 덕분이다. 그 중심에 베테랑들이 있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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